“제2 도가니 없다” 팔걷었지만… ‘뒷북대응’ 만시지탄

입력 2011-10-07 22:14

정부가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장애인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대책’에서는 강력한 처벌 의지가 두드러진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중대한 범죄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서 ‘친고죄’와 ‘항거불능’ 조항을 삭제해 일반 성폭력에 비해 엄중하게 처벌키로 한 것은 지난해 한나라당 원희목·김소남 의원이 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내용이라서 이번에 처리될지 주목된다.

두 조항은 그동안 본인 스스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을 어렵게 해 온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인화학교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에서도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은 공분을 크게 산 부분이지만, 실제로 일부 가해자가 처벌을 면했던 것은 피해 아동 부모가 고소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육기관 종사자들의 성범죄 경력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고, 성폭력 경력자를 교단에서 배제키로 한 것도 초유의 일이다. 부모들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성폭력 범죄자의 교육계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정부는 유치원 학교 학원 등 교육기관 종사자 102만명에 대해 성범죄 경력을 전수조사 중이다. 경찰청도 이달 중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전국 155개 장애인 교육기관 종사자 8600여명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 성범죄 전과자를 퇴출키로 했다. 경찰은 또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10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149개 장애인 생활시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한다. 합동 점검 결과에 따라 인화학교와 유사한 사례가 적발될 경우 폐교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전국 경찰서 2∼4개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고 여경으로만 구성된 성폭력 전담조사팀을 편성해 24시간 운영키로 했다.

초등학생 위주로 제공돼 온 ‘원터치 SOS’ 서비스도 19세 미만 장애인(8만4000여명)까지 확대 적용된다. 서비스 신청자가 112를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으로 지정한 뒤 위급한 상황에 누르면 위치추적을 통해 즉각 순찰차가 출동하는 서비스다.

정부 대책에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사회복지 법인·시설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나 운영위원회에 일정비율 이상의 외부인사 참여를 명시한 ‘공익이사제’ 도입, 사회복지시설의 정보공개 의무화 등이 골자를 이룬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문제가 된 시설이나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 종합대책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인화학교를 폐교하고 해당 법인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는 한편 재학생 22명을 인근 학교나 다른 지역으로 전학하는 등의 보호 조치를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2006년 처음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무려 5년이 지나는 동안 도대체 뭘 했느냐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종합대책이 실제로 추진될지도 미지수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의 경우 2007년 이미 정부가 개정을 추진했다가 한나라당과 종교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모두 처리하도록 필요한 입법 조치를 하고 의원 입법인 경우 최대한 지원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특수학교와 복지시설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을 토대로 올해 안에 추가적인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천지우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