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적립금 1년새 최고 500배 육박… 도넘은 퇴직연금 계열사 몰아주기

입력 2011-10-07 21:44

대기업의 계열 금융회사에 대한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7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인 하이투자증권의 계열사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 6월 말 현재 5492억원으로 지난해 5월 말 11억원의 500배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현대중공업 계열사 적립금 비중은 82.7%에 달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HMC투자증권의 계열사 적립금은 6월 말 현재 1조7003억원으로 지난해 5월 말 49억원의 347배에 달했다. 전체 적립금 중 현대차 계열사 적립금 비중은 지난해 5월 말 12.8%에서 지난 6월 말 89.6%로 뛰었다.

롯데그룹 계열 롯데손해보험의 계열사 적립금도 같은 기간 28억원에서 2245억원으로 확대됐다. 80배가 넘게 성장한 것이다. 삼성그룹 계열 적립금 비중은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에서 57.7%, 삼성화재에서 40.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퇴직연금 몰아주기로 인해 업계 순위도 지각변동이 심했다. 15개 대기업 계열 퇴직연금 사업자 중 꼴찌였던 하이투자증권은 6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12위였던 HMC투자증권은 2위를 차지했다.

이 의원은 “대기업이 계열사에 퇴직금을 몰아주는 행위는 동일 계열사 간 부당이익 제공행위이며 타 사업자에 대한 경쟁 제한이라는 점에서 불공정행위에도 해당된다”면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금 수령을 위해 신중하게 사업자를 택해야 할 수급권자의 권리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