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인베스터 콘퍼런스’ 현장 가보니… “미래한국 짊어질 강소 기업… 그 능력을 팝니다”
입력 2011-10-07 21:42
“현재 우리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높은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LCD 빛의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 등 70여건의 특허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준비된 자료를 보니 대기업에도 많이 납품을 하고 계신다고요? 흥미롭습니다.”
외국인투자자의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는 코스닥 시장. 이 난관을 뚫기 위해 코스닥 강소 기업들이 아시아 금융허브에서 직접 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진가(眞價)’를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거래소가 5~7일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개최한 ‘코스닥 인베스터 콘퍼런스 2011’에는 셀트리온·젬백스·포스코ICT 등 우량 코스닥 상장사 12곳이 참여했다.
거래소 진수형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에게 한국의 코스닥시장을 알리는 첫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강소 중소기업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명회는 각 상장사가 호텔에서 기관투자가들을 일대일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상장사 임직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호텔 면담 장소에 나와 투자자들에게 설명할 영문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점검했다. 임직원들은 면담을 차분히 진행하면서도 한 명의 기관투자가라도 더 만나기 위해 식사시간 등 쉬는 시간마저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이 궁금해하는 수치가 있으면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쉬지 않고 숨 가쁘게 움직였다. 싱가포르에서는 47회, 홍콩에서는 50회의 면담이 성사됐다.
외국 기관들은 한국의 기업체들을 직접 만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에 대해 고마워했다. 말레이시아 2위 은행인 CIMB그룹의 조너선 응 애널리스트는 “IT 시황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IT 기업들은 뛰어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코리안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화이트필드의 벤자민 응 대표는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장세에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을 가리지 않고 내다 팔고 있지만,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 10곳 정도에 투자하고 있는데, 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해외 투자설명회에 나선 상장사들의 태도에는 비장함까지 감돌았다. 행사를 후원한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은 5일 싱가포르 투자설명회를 마친 뒤 열린 만찬 자리에서 한국 경제의 키를 코스닥 상장사들이 쥐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에서 12척의 배를 갖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장병들을 독려했다는데, 오늘 밤엔 12개 코스닥 상장사가 싱가포르에서 한국 경제의 명운을 짊어져 봅시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동반 해외 투자설명회는 이번이 첫 시도였지만, 앞으로 정례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의 잠재력과 경쟁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잘 알지 못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만 많은 영향을 받는 시장에 머무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보유 비중이 33.12%인 데 비해 코스닥 시장은 9.94%에 불과하다.
싱가포르, 홍콩=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