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빴던 ‘아빠 잡스’… “아이들이 날 이해해주길”

입력 2011-10-07 17:54


“나의 아이들이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

사업면에서나 사생활면에서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해 온 스티브 잡스였지만, 그 역시 아버지였다. 잡스는 바쁜 일로 자식들과 함께 있어주지 못함에 미안함을 느꼈다. 죽은 후에라도 자식들이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5일(현지시간) 타계한 애플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전기(사진) 집필자인 월터 아이작슨 시사주간 타임 전 편집장이 잡스 생애 마지막 순간의 일면을 공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7일 전했다.

아이작슨은 잡스에게 “비밀주의를 고수해 왔으면서 왜 사후에 자신의 사적인 삶을 공개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잡스의 대답은 “내 자식들이 나에 대해 알기를 원합니다. 나는 아이들 곁에 늘 있어주지 못했어요. 아이들이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왜 함께 있어주지 못했는지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였다.

아이작슨은 몇 주 전 마지막으로 그를 방문했던 때의 모습도 전했다. 잡스는 팰러알토 자택 1층 침실 침대 위에서 고통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너무나 몸이 쇠약해져 계단도 오르내릴 수 없었던 탓에 침실을 1층으로 옮겼다고 했다. 아이작슨은 “하지만 잡스의 정신은 여전히 또렷했고, 유머도 생동감 있었다”고 전했다. 잡스는 마지막 순간에도 경영진에게 아이폰4S의 제품발표회와 관련한 충고를 전했다고 한다.

잡스의 사망으로 다음 달 하순 출간 예정이었던 잡스 전기는 오는 25일로 출간 시점이 앞당겨졌다. 책은 아마존, 아이튠즈 등의 온라인 서점에서 사전 주문만으로도 이미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재일동포 사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도 잡스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손 사장은 기자들에게 “몸 상태가 좋아지면 일본에 와서 초밥집에 가자고 약속했는데 너무나 유감스럽다”며 “그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위대한 인물이자 진정한 천재였다”고 칭송했다. 올해 54세인 손 사장은 잡스보다 두 살 아래로 서로 집을 방문하는 등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는 잡스를 다룬 1인극도 무대에 오른다. ‘더 퍼블릭 시어터’ 극장은 1인극 ‘스티브 잡스의 슬픔과 환희’를 오는 17일부터 공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잡스에 대한 찬사뿐 아니라 오만과 탐욕 등 그의 인간적 그림자에 대해서도 다룬다고 극장 측은 밝혔다.

6일 오전(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 애플 본사는 사옥에 조기를 게양해 그를 추모했다.

본사와 그의 저택 앞 인도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꽃다발과 추모카드 등을 든 일반 추모객들이 줄을 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