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지현] 가슴이 시키는대로
입력 2011-10-07 17:51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운 대상으로 여기고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꺼리지만 죽음의 과정에서 겪는 온갖 슬픔과 고통을 모든 사람을 위한 대화의 소재로 기꺼이 내놓았던 사람들이 있다.
지난 5일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죽을 날이 그리 멀지 않음을 기억하는 것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외부로부터의 기대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은 죽음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하며, 정말 중요한 것만 가려내 주기 때문입니다.”
당시 췌장암 진단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시기였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가슴과 직관’이 시키는 대로 살라고 주문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합니다. 남의 인생을 사느라 그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남의 의견에서 나오는 잡음으로 여러분 내면의 소리가 묻히게 하지 마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를 내어 여러분의 가슴과 직관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우린 과연 가슴 뛰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매일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며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과연 내가 오늘 하려는 일을 할까?’라고 물어보면 알 수 있을 듯하다. 만일 그 대답이 여러 날 계속해서 “아니”라고 나온다면, 우린 무엇인가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35년간 사회학을 가르쳤던 모리 슈워츠 교수 역시 죽음을 자각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을 충고했다. 그는 1995년 11월 4일 별세할 때까지 루게릭병과 싸우면서 삶을 긍정하는 사유를 펼쳤다. 특히 병상 강의록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죽음을 통한 삶의 지혜를 나누었다. “살아가는 법을 배우십시오. 그러면 죽는 법을 알게 됩니다. 죽는 법을 배우십시오, 그러면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됩니다. 훌륭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언제라도 죽을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 세상에 어떤 지혜를 남길 수 있을까. 사람들은 죽기 전에 대체적으로 세 가지 후회를 한다고 한다. ‘첫째는 좀더 참을걸, 둘째는 좀더 베풀걸, 셋째는 좀더 귀한 일을 할걸.’ 후회 없는 삶이란 쉽지 않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잘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지현 차장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