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60만명 청춘과의 만남 정치하려는 뜻이냐고? 내 인생 최대 축복일 뿐”

입력 2011-10-07 17:49


의사이자 인기 강연자, 칼럼니스트, 방송인이기도 한 박경철(47)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리더스북)을 냈다. 지난 여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전국을 돌며 ‘청춘콘서트’를 열고, 안 원장과 박원순 변호사의 극적인 후보 단일화 현장을 지키고, 아침마다 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지금은 이 코너를 그만뒀다)를 진행하면서 쓴 책이다. 놀라운 생산력이다.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다음날인 4일, 박 원장을 만났다. 박 변호사가 라디오에서 박 원장에게 선거지원을 요청한 직후였다. 그의 휴대전화는 계속 울려댔다.

-정치에 발을 담근 박경철부터 외과의사, 방송인, 강연자, 저술가 박경철까지. 도대체 박경철은 뭐 하는 사람인가.

“나 같은 사람이 제 구실 하면서 살아가니 누구나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내가 책을 쓴들 공지영 작가만큼 좋은 책을 쓰겠나. 전문 방송인보다 방송을 더 잘하겠나, 여의도 펀드매니저보다 자본시장을 더 많이 알겠나. 하지만 에베레스트 올라갈 능력이 안 된다고 산에 가지 말아야 하나. 낮은 산들을 오르는 것도 의미 있다. 100점 하나 대신, 80점 여러 개를 엮는 거다. 지금이 그런 시대다. 나 같은 사람도 사람 구실 하고 살아가는데 20대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내 삶과 책을 통해

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책 속에 특정 시기에 해야 할 생각과 읽어야 할 책,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어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인가.

“기본적으로는 20∼30대 후배들을 대상으로 했다.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이어서 조금 민망했다. 책은 시행착오의 기록이다. 그때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판단을 하고, 이런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살다보면 그런 회한이 있지 않나. 내 실패를 족보처럼 정리해서 건네주면 후배들이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는 내 또래, 자녀 키우는 부모들과 부모로서 고민을 나누고자 했다. 내게 책을 내는 건 동시대인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다. 다 직접 만나서 얘기할 수는 없으니까.”

-그 많은 일 중 가장 즐거웠던 걸 꼽으라면.

“역시 청춘콘서트. 곧 오십이 되는 아저씨가 20대 청년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축복은 아무나 가지는 거 아닌 것 같다. 내가 유명 연예인도 아니고. 설사 유명 연예인이라도 오십줄 아저씨가 20∼30대 수 천명이 모인 곳에서 환영받고 사진 찍고 사인하는 경험을 어떻게 해보나. 처음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강연한 게 6년 전이다. 그 후 500∼1000명쯤 모인 학교 강연을 1년에 150회쯤 했으니까 60만명 이상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게 누적되니까,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 환영받는 사람이 돼 있더라. 그 기쁨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2011년 가장 뜨거운 여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두근거리는 경험이다. 죽는 순간에도 (청춘콘서트) 생각하면, 두근두근 할 거 같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60만명이 표로 보일 것 같다.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누구 눈에는(웃음). 트위터 팔로워가 34만∼35만명쯤 된다. 다 나하고 눈을 마주쳤던 친구들이다. 그들을 만났던 게 인생 최대 축복이었다. (그걸 표로 보는 사람들은) 정치하려는 것 아니냐고 그런다. 정치에 대해 전∼혀 관심 없다. 정치 안 한다. 그래도 안 믿더라. ‘인생은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절대 아니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갈 수 있는 길, 가지 않을 길을 분별하는 눈은 있다. 바람 부는 대로 낙엽처럼 살 수는 없다. 천둥번개 칠 때는 가만히 숨어 멈추길 기다려야 한다.”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없다는 얘기들도 많이 한다(이 책에서도 진보와 경쟁을 함께 말한다).

“박경철이 좌파라는 사람이 70%, 우파라는 사람이 30%쯤인 거 같다(웃음). 경제적 독점구조에 대해서는 상당히 강경한 반대 입장이니까 좌파라고 보는 거고, 북한 지도부를 반대하니까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나 보다. 안(철수) 원장과 ‘사람이 우주인데, 프레임을 딱 짜가지고 저 사람은 진보다, 보수다, 중도다, 어떻게 규정하나’ 하는 얘길 했다. 나는 길거리에서 떡볶이 사먹고, 비싼 필기구를 사 모은다. 나는 순박한가, 사치스럽나. 규정 못한다. 규정되는 걸 거부한다.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그 많은 일을 해내는 원동력은.

“내 삶의 80%는 호기심이다. 니체가 ‘새로운 것에 대한 선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를 말했는데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눈빛만 보면 아는 친구와 만나 무슨 대화를 하나. 설명해도 절대 못 알아듣고, 철저하게 나하고 생각이 다르고,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싶은 사람과 만나야 한다. 그래야 긴장이 생기고 새로운 생각도 만들어진다. 시간은 많다. 술 안 마시고 TV 안보고 골프 안 치면 심심해서 죽을 만큼 시간은 많다(웃음). 책에 그런 얘기가 다 담겨 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