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 취업박람회장 가보니… “알짜 中企 찾자” 구직자 발길 줄이어

입력 2011-10-06 21:36


KB금융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 공동주최로 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중견·중소기업 취업박람회장. 인천 남동공단, 반월·시화 산업단지 공단 등에 있는 중견·중소기업 200여곳이 부스를 차려놓고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 취업준비생들의 눈높이는 여전히 높기만 했다.

“원서를 내려고 보니 회사가 인천에 있더라고요. 집은 서울 석계동인데 너무 멀어서 고민돼요.”

“처음 들어보는 회사라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기 창피해요.”

오전 9시30분부터 교복차림의 고등학생과 정장을 차려입은 앳된 얼굴의 취업준비생들이 행사장을 찾아 부스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근무여건과 출퇴근 거리, 회사 지명도 등이 이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서울 영등포공고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18)군은 전자업체 두 곳에 지원서를 냈다. 박군은 “월급은 적은데 주말에도 특근을 해야 한다고 하니 망설여진다”며 “대학에 진학할지 취업을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무의식중에 급여와 복지수준을 대기업과 비교하는 구직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내실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회사라면 규모가 작아도 취업할 생각이 있다”는 구직자들도 적지 않았다. 전문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조규민(22)씨는 “연봉과 복지혜택이 직업을 고르는 데 최우선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가진 실력과 가능성을 키워줄 수 있는 중소기업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지연(18)양은 “회사 이름만 보고 취업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선배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중소기업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다 보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은 구직자들이 덮어놓고 대기업만 선호하는 현상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 방문판매업체 ‘씨에스피아’(CSPIA) 류근재 인사담당자는 “요즘 구직자들은 뭐하는 회사인지, 발전 가능성은 있는지 묻기보다는 회사 인지도만 따지는 것 같다”며 “중소기업이나 신생업체가 규모는 작아도 폭넓은 일을 경험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업체 ‘모던하이테크’ 사재영 총괄부장은 “가족 같은 분위기, 자기계발 지원 등 중소기업도 강점이 있다”며 “대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직원을 볼 때마다 회의가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박람회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청년 취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 개최됐다. 중소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업체는 우수한 인재를 뽑고 구직자들은 일터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7일까지 현장에서 총 100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다음달 11일까지 온라인으로 지원할 수 있다.

주최 측인 KB국민은행은 이날 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 250명에게 면접지원금 1만원이 들어있는 통장을 전달했다. 박람회 참여기업에게는 대출금리 및 적금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송도=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