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106년 만에 첫 여성 총재 탄생… 27대 총재에 유중근 부총재 내정

입력 2011-10-06 19:37

대한적십자사는 6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제27대 총재로 유중근(67) 부총재를 내정했다. 한적에서 여성 총재가 탄생하기는 1905년 창립 이후 106년 만에 처음이다. 유 내정자는 한적 명예총재인 이명박 대통령의 인준을 거쳐 조만간 새 총재로 취임한다. 유 내정자는 “국내외적으로 한적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첫 여성 총재로서 변화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도주의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유종하 총재 후임인 유 내정자는 언론에 많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사회봉사 활동을 벌여 온 여성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98년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 활동을 계기로 한적과 인연을 맺은 뒤 2006∼2007년 자비로 ‘한적의 봉사사업 평가 및 발전방안’ 용역을 발주하는 등 적십자 활동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특히 다문화가족과 북한 이탈주민센터 지원에 관심이 컸고, 평소 나눔 문화 실천과 모금 운동에 솔선수범했다.

탈북자와 북한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남편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황해도 봉산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최 회장과 고려아연 직원들은 사랑의 김장나누기, 도시락 배달 등 한적의 각종 봉사활동을 유 내정자와 함께했다. 또 헌혈버스 지원, 일본지진구호 헌금, 조손가정 지원 등을 위해 지금까지 한적에 9억5000여만원을 기부했다.

유 내정자 발탁에는 국제적 흐름에 따라 참신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여성 수장을 임명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적 관계자는 “전 세계 186개 적십자 회원국 가운데 여성이 수장인 국가는 41개국에 달한다”면서 “한적의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남북적십자회담과 국제협력에서도 신임 총재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경기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유 내정자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영어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김활란장학회 감사, 이화학당 감사, 한적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장, 경기여고 동창회장 등을 지냈다. 84년부터 경원문화재단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1월 한적 부총재에 올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