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초보는 가을로, 고참은 집으로
입력 2011-10-07 01:05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6일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성적에서 ‘초보 감독’이 나란히 이끈 삼성과 롯데의 약진이 돋보였다. 반면 ‘한지붕 두가족’ 두산과 LG는 몰락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이었던 삼성이 스토브리그 기간 중 갑작스럽게 당시 선동열 감독을 퇴진시키고 류중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때 대부분 전문가들은 삼성이 4∼5위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은 2006년 이후 5년 만에 정규 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삼성에서 13년을 선수로 뛰고 코치로 11년을 재직하다 사령탑에 오른 류 감독은 ‘맏형 리더십’을 발휘해 데뷔 첫해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았다. 마운드에서는 오승환이 1승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으로 뒷문을 튼튼히 잠갔고, 타선에선 최형우가 이대호(롯데)를 제치고 타격 3관왕(홈런·타점·장타율)을 차지했다.
‘초보’ 양승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롯데도 1989년 단일시즌 제도(1999∼2000년 양대리그 제외)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에서 2위를 차지했다. 롯데는 시즌 초반 성적이 바닥을 헤맸지만 7∼8월 대약진을 통해 2위로 치고 올라섰고, 결국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반면 서울을 연고로 한 두산과 LG는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 사퇴하는 시련을 겪으며 결국 ‘가을잔치’의 구경꾼이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힌 두산은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주전들의 줄부상, 용병 농사 실패, 공수 엇박자, 주축 선수의 개인적인 물의가 맞물리면서 일찌감치 4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급기야 김경문 전 감독이 6월 중순 자진사퇴한 이후 두산은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로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LG는 가장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6월초까지 8개 구단 중 가장 먼저 30승 고지를 밟으며 2002년 이후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타선에서 부상으로 이탈하는 선수가 속출하면서 탄탄하던 전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투수진도 컨디션 조절 실패와 부상 등으로 끝내 숙원인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됐다. LG 박종훈 감독은 결국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한편 올시즌 프로야구 관중은 지난해(592만8626명)보다 15%나 증가한 680만9965명으로,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겼다. KIA의 에이스 윤석민은 1991년 선동열 전 삼성 감독에 이어 20년 만에 다승(17승)·평균자책점(2.45)·탈삼진(178개)·승률(0.773)에서 투수 4관왕을 확정지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