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출범 & 감사예배… “지난 날 분열을 부산총회 성공 희생 제물로”

입력 2011-10-06 19:46


“지난날 분열은 희생 제물로 드리자.”

6일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출범 감사예배 및 출범식은 반성과 감사, 당부와 다짐의 자리였다. 2009년 8월 WCC 제10차 총회 개최지로 부산이 확정된 후 준비위원회가 출범하기까지 2년여의 시간은 녹록지 않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대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교 간 갈등으로 준비위원회 발족은 20여 개월의 논의 끝에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난항을 겪었다. WCC 총회 준비 내셔널코디네이터 선정에도 교단 간 입장 차이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일 한국준비위원회 실행위원회 개최 및 사무국이 개소됐다.

이날 이영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예배에서 림인식 노량진교회 원로목사는 설교를 통해 “WCC 총회는 한국교회가 세계 선교의 주역으로 설 수 있도록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기회”라며 “앞으로의 준비과정과 총회가 진행되는 중에도 항상 사랑을 마음에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 후 진행된 출범식에선 각계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WCC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 총무는 “지난 주간 스위스 제네바의 WCC 총회본부에서 한국준비위원회가 출범 예배와 출범식을 여는 것에 감사하는 기도를 했다”며 “WCC 총회는 전 세계의 모든 회원 교회가 에큐메니컬 정신으로 하나 되는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베이트 총무는 이어 “한국교회와 긴밀한 협력 아래 이번 WCC 총회 주제(‘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사42:1∼4)’)가 전 세계 110여개국 349개 WCC 회원 교단, 모든 교회에 구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대주교는 “WCC 총회 유치부터 준비위원회 출범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축하드린다”면서 “(이번 WCC 총회가) 교파와 인종, 지역을 초월해 정의와 평화를 위해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논의하고 힘과 용기를 구하는 중요한 자리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관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970년대 NCCK 교회와사회위원회 간사로 일하며 WCC가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것을 똑똑히 목격했고, 80년대에는 WCC 장학금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유학생활을 했다”며 WCC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손 대표는 이어 “WCC의 에큐메니컬 운동은 교회를 넘어 70∼80년대 한국 사회의 민주화 길을 열었던 것처럼 이번 WCC 총회가 분열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의 정의와 공정 회복에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선규 차관은 “침체기에 있는 기독교가 이번 WCC 총회를 통해 제 모습을 회복하고, 재도약하도록 정부도 열심히 돕겠다”며 “이미 3억원의 준비예산을 마련했으니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역대 가장 멋진 WCC 총회를 열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준비위원회 김삼환 상임위원장은 축하와 당부인사를 들은 뒤 “한국교회 모두가 기도로 힘을 모아서 기적같이 WCC 총회를 유치했다”며 “지난날의 분쟁은 반성하고, 여러분의 말씀대로 이번 WCC 총회를 통해 한국교회와 사회의 상처가 치유되고 침체된 세계교회를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한국교회 모두의 끊임없는 기도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y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