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빌 게이츠 애증의 인연… 동갑내기 친구로 경쟁자로 ‘세상 바꾼 30년 동행’
입력 2011-10-06 19:05
지난 30여년간 세계 IT 업계 패권을 놓고 양보 없는 전쟁을 벌였던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와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관계가 잡스의 사망으로 막을 내렸다.
게이츠는 잡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와 함께 일했던 것은 미치도록 훌륭하게 명예스러운 일이었다(insanely great honor)”라고 말했다고 5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치도록 훌륭한’이란 표현은 잡스가 생전에 자주 썼던 것이다.
게이츠는 “스티브와 나는 약 30년 전에 만났다. 동료이자 경쟁자 그리고 친구로 삶의 절반 이상을 함께 보냈다”며 “그가 많이 그리울 것이며 잡스가 세상에 미친 강력한 영향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애도했다.
1955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70년대 후반부터 애증관계를 이어왔다. 사업 초기 두 사람은 공생관계였다. 잡스는 80년대 초반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게이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드웨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해서였다. 게이츠는 매킨토시용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현재 엑셀에 해당)을 만들었고 이 제품은 매킨토시 성공에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둘의 밀월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매킨토시가 사용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운영체제와 비슷한 형태의 ‘윈도’ 운영체제를 MS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잡스는 MS가 애플을 모방했다고 비난했지만 게이츠는 “애플도 제록스연구소 것을 베꼈다”며 맞섰다.
이후 윈도는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전 세계 컴퓨터에 90% 이상 사용됐고 게이츠를 억만장자로 만들어줬다. 반면 회사에서 쫓겨난 잡스는 97년 애플에 복귀할 때까지 야인으로 지내며 게이츠의 성공을 지켜봐야 했다.
잡스는 96년 한 인터뷰에서 “MS의 유일한 문제는 취향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지 못한다. 제품에서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2000년대에도 두 사람은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신사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이때 승자는 잡스였다. 잡스는 휘청거리던 애플을 살려내 시장가치 2850억 달러짜리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라이벌 MS의 2200억 달러를 뛰어넘은 것이다. 윈도 운영체제로 IT 세상을 지배했던 게이츠는 2008년을 끝으로 MS에서 물러났다.
두 사람은 2007년 5월 캘리포니아의 한 콘퍼런스에 함께 등장해 IT의 미래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그동안 마주치는 것도 불편해했던 잡스와 게이츠는 서로 덕담을 건네며 화해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사람의 공적인 만남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