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실천한 것 뿐인데 기쁨 선물로 받아”… 이식으로 사랑 실천한 노명환·김혜은 씨

입력 2011-10-06 00:03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 목사·장기본부)는 6일 서울 동숭동 동숭교회에서 ‘본부 설립 20주년 감사예배’를 드렸다.

장기본부는 1991년 국내 최초로 장기기증운동을 전개해 60만여 명의 장기기증등록자를 모집했고 908건의 신장이식결연사업 진행했으며 3000명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었다. 생소하기만 했던 장기기증은 20년이 지난 지금 소중한 나눔이라는 긍정의 아이콘이 됐다. 이날 기념식에서 기증인으로 참여한 노명환(75·경기도실버기자단 시민기자)씨와 김혜은(52·여·천연비누강사)씨를 만나 ‘장기기증의 기쁨’에 대해 들어봤다.



노명환씨는 국내 최초의 부자 장기 기증인이다. 그는 아들인 노성철(45·회사원)씨와 함께 95년 신장을 기증했다. 아들은 6월에, 아버지는 8월에 기증 수술을 받았다. 평소 장기기증에 관심이 있었던 노명철씨는 주변에 뇌사 시 장기기증을 권해왔고 일간지에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알리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전의 장기기증이 가능하다는 걸 안 것은 아들이 기증허락을 받으러 오고 나서였다.

“아들이 30살 때 25세 청년에게 신장 준다고 하던데 찬성을 했지만 걱정이 많았죠. 결혼도 못한 녀석이 큰 수술 받고 몸에 이상이라도 생길까봐(웃음). 그런데 (아들이) 통증이 왔는데도 잘 참아요. 그걸 보고 ‘아들도 이렇게 하는데, 나도 생전에 해야 겠다’ 결심했죠.”

신장 장기 기증을 서두르게 된 이유는 또 있었다. 장기본부 규정상 60세가 지나면 신장을 기증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후 기증을 약속한 아내도 남편의 건강을 염려해 이번만큼은 반대했다. 하지만 그의 결심을 꺾을 순 없었다. 17년간 마라톤으로 다져온 건강을 믿기도 했지만 신앙생활은 실천으로 해야 한다는 그의 철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시절부터 믿어온 그의 믿음은 고 함석헌 선생과 장기려 박사의 영향을 받아 신앙의 실천으로 이어졌고 자녀에게도 그대로 가르쳤다. 그 결과, 국내 첫 부자기증으로 97년 복지부장관에게 상패를 받았다.

장기기증한 뒤 16년이 지난 지금, 그는 ‘산에 가면 50대보다 더 잘 다닌다’며 건강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기증의 실천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예수님 말씀을 듣고 끝낼 게 아니라 실천해야지요. 장기기증은 서로가 함께 산다는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

신장 기증 한번으로는 모자라서 간까지 기증한 사람이 있다. 1996년에 신장을, 2004년에 간 30%를 기증한 김혜은씨가 바로 그다. 김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큰 일 한 것처럼 대하니 부담스럽다”며 “오히려 제가 뭘 했다기 보다는 받은 게 더 많다”고 고백했다.

그는 언론매체에서 장기본부를 처음 접했고 신장 기증에 대해 알게 됐다.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은 그때부터였다. 언젠가 있을 장기기증을 염두에 두고 건강관리를 시작했다. 결심은 교회에서 말씀을 들을 뒤 하게 됐다. 유치원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했던 그는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교회에서 “감사할 수 없을 때 감사할 것을 찾으라”는 설교를 들었다. 대인관계 등 여러 모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찾아보니 감사할 것이 많았다. 감사의 표시로 그는 95년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기도를 드렸다.

“저보다 신앙이 더 좋은 남편도 처음엔 1년간 반대했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싶어 ‘제 뜻이면 (결심을) 꺾게 해 주시고 아니면 하나님의 뜻대로 해 달라’고 3일간 기도했지요. 기도 후 남편이 하라고 허락을 해 줘서 96년 신장 기증을 하게 됐습니다.”

2004년 간 이식도 쉽지만은 않았다. 김씨는 먼저 기도한 뒤 딸을 통해 남편에게 호텔 레스토랑에 초청했다. 그는 남편에게 용기 내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내가 아주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싶다.” 이에 남편은 허락했고, 그는 2004년 신청 보름 만에 간 기증을 했다.

장기기증을 2번 하고 나니 주변에서 다들 놀랐다. 무엇보다 기증에 대한 인식들이 달라졌다. 가장 먼저 변한 건 가족이었다. 1남1녀의 자녀를 둔 그는 7∼8년 전 큰 아들에게 기특한 소리를 들었다. “아예 기부통장을 만들고 나중에 아내에게 줘서 같이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이를 본 딸로 오빠와 동일하게 실천했다. 2009년부터는 온 가족이 1% 운동도 시작했다. 외식비용의 1%를 떼어놓는 이 운동으로 이 가족은 한달에 4∼5만원 정도 기부하고 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