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탐욕, ‘한국판 월가 시위’ 부를라

입력 2011-10-06 18:52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이 세계 경기침체와 금융 불안 등 최악의 불황 여파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들 금융기관은 ‘비 올 때 우산을 뺐듯’ 고충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나 서민을 외면한 채 수익만 극대화하는 영업전략을 구사했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나 홀로’ 실적잔치가 사회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대구·부산 등 8개 은행·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에 대한 증권사 평균 추정치는 3조2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은행들은 이미 올 상반기 총 순이익 10조원(1분기 4조5000억원, 2분기 5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진다면 올해 은행들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였던 2007년 15조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

증권사들의 수익 향상도 이에 못지않다. 증권사 62곳의 4∼6월 당기순이익은 79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92억원(74.7%) 증가했다. 자산 규모 상위 17개 증권사의 4∼6월 영업이익은 480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86.98%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07.94% 급증한 3623억원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1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0%나 급증했다. 증권사들은 7∼9월이 4∼6월 실적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매매수수료 수익 등을 통해 손실을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미국·유럽발 위기로 국내 기업들과 서민들이 휘청거렸지만 은행·증권사는 이를 외면한 채 수익 극대화 전략을 내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비판이다.

실제 은행들의 3분기 실적 향상은 예대마진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를 빌미로 대출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7월 연 5.46%에서 8월 5.58%로 0.12% 포인트 증가했지만 신규 저축성예금 금리는 7월의 3.79%에서 8월 연 3.76%로 오히려 낮아졌다.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외면하는 행태도 여전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8월 5개 주요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전월보다 1조4935억원이나 줄였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4541억원, 4490억원으로 가장 감소폭이 컸다. 이어 외환은행 4028억원, 국민은행 1322억원, 하나은행 554억원 순이었다.

증권사 역시 부정적인 전망을 자제하면서 ‘매수’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 거래량을 늘렸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금융기업들이 서민의 고충을 외면한 채 수익 창출에만 집중한다면 사회적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