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Jobs] ‘혁신 아이콘’ 사라진 글로벌 IT업계 재편 불가피
입력 2011-10-06 19:01
창의력과 혁신을 무기로 애플을 이끌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면서 세계 IT업계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잡스 의존도가 높았던 애플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에는 잡스의 사망이 애플과의 격차를 줄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애플의 아이폰 진영과 구글·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 진영의 향후 역학구도다.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는 삼성전자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43%의 점유율을 기록, 28%의 아이폰 OS를 앞서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된 아이폰4S에 대한 시장 반응이 냉담한 만큼 한동안 안드로이드 진영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점차 커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아이폰4S를 두고 애플의 혁신이 멈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애플의 시장 지배력이 점차 낮아지고 다른 경쟁업체들이 상대적인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잡스의 사망으로 IT 업계가 방향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IT업계는 PC시장의 정체가 시작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성장 정체를 극복해 왔지만 그 다음이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모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잡스의 사망은 글로벌 IT업계에 큰 손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잡스와 같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거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며, 그런 측면에서 세계 IT 업계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애플로 인해 전 세계 IT 업계가 특허소송에 빠지기도 했지만 잡스가 내놓은 제품들로 IT 업계가 탈출구를 삼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일종의 방향타 역할을 했던 잡스의 퇴장 이후 글로벌 IT산업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잡스의 부재로 다른 경쟁업체들이 당분간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동반침체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은 3.32% 상승했다. 장중 한때 5%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삼성전기가 14.57% 상승했고, LG전자(6.33%), LG디스플레이(7.44%), 하이닉스(6%) 등 대부분의 종목이 올랐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3% 이상 오르다 1.54%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대신증권 김록호 선임연구원은 “이번 반등은 잡스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보다는 전날 아이폰 4S 발표 내용이 실망스러웠던 데 대한 반사 이익이 더 컸다고 본다”면서 “한동안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경쟁력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