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돌아온 ‘선거의 여왕’ 박근혜 ‘재·보선 판’ 뒤흔드나

입력 2011-10-06 18:39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당시 후보 지원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선거의 여왕’은 과거의 위력을 발휘할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일 10·26 재·보궐선거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선거 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결정은 박 전 대표가 그동안 고수해 왔던 ‘선거는 후보와 당 지도부가 중심이 돼서 치른다’던 입장을 바꿨다는 점만으로도 이례적이다. 그는 특단의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정치의 위기’를 들었다. 국민들이 여의도 기성 정치권을 불신하고, 그래서 제1야당이 시민사회 진영에 후보 자리를 내주는 현 상황을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위기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선 2004년 탄핵 직후에 버금가는 위기로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현 상황이 정당정치의 실종이란 지적에 “비판받고 있다고 정당정치가 필요 없다는 식으로 가선 안 된다”며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면 어떻게 국민이 바라는 방향대로 변화하느냐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당의 뒷받침 없이 책임 있는 정치·정책을 펴나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핵심 인사는 “정당정치가 잘 작동되도록 개혁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지, 시민사회를 적대적으로 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발언이 ‘안철수 바람(安風)’을 넘어서기 위한 정치권의 쇄신을 강조한 것으로 시민사회 진영에 대한 각 세우기가 아니란 얘기다. 박 전 대표는 평소 사석에서 의원들이 안풍 등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면 몹시 불편해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언론이 박 전 대표의 나경원 후보 지원과 안 원장의 박 후보 지지를 대선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에 “그렇지 않다. 대선하곤 관계없는 선거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하더라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넘어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당과 자신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 전달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복지 당론의 토대를 마련한 것과 관련, “당이 복지 당론을 그렇게 결정한 것은 평가할 일이고,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당론이 박 전 대표의 복지관과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정몽준 전 대표 등 당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국민을 바라보고 생각하면 답이 나오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