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나경원 “시민단체 출신 당선되면 점령군처럼 행동할 수도”
입력 2011-10-07 00:26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6일 박원순 범야권 통합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슬로건만 있고 명확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끝까지 정치선거로 치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직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은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없으며 시민단체 출신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점령군처럼 행동할 수 있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그는 “서울시장이 된다면 시 의회, 시 교육청과 협의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공감행정을 펼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선거에 임하는 각오는.
“국립현충원에 가서 방명록에 ‘흥국일념(興國一念)’이라고 썼다. 어릴 적 집에 걸려 있던 글이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항상 나라를 먼저 생각하라고 교육받았다. 이번 선거도 애국하는 마음으로 나왔다.”
-오늘 박근혜 전 대표와 전화로 어떤 얘기 나눴나.
“박 전 대표께서 힘을 보태겠다고 말씀하셨다. 이전에 면담을 신청해놨는데 전화로 충분히 말씀을 나눴고, 박 전 대표께서 바쁘시니까 특별히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유세에 나서나.
“(유세에 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
-당 정책위에서 ‘평생 맞춤형’ 복지라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복지는 확충돼야 하고, 그 원칙은 수요자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것이 바로 맞춤형 복지다. 이번 비전도 우리 당 의원들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당론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본다.”
-무상급식에 대한 소신은 변함없나.
“원칙이나 소신은 변함없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라는 게 제 복지정책 철학의 핵심이다. 다만 시장이라는 자리는 시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시민들과, 의회와, 교육청과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공감을 통해 서울시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변화할 수 있다.”
-시장이 되면 꼭 할 일은.
“첫번째가 부채 절감이다. 또 약자의 기준으로, 약한 편을 먼저 챙기겠다는 철학에 입각해 시정을 펼쳐나가겠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한강르네상스는 거의 완성이 돼 있다. 남은 게 서해뱃길 사업 중 수상호텔을 짓는 것인데 서울시 재정상 안 하는 게 옳다. 오페라섬 사업은 서남권쪽 문화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페라뿐 아니라 대중예술을 포함, 다양한 예술 장르가 구현되는 사업으로 조정하고 민간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서해뱃길 사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양화대교 교각을 넓히는 공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나머지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 박원순 후보 측에서 (이 사업과 관련해) 공무원 징계를 운운해 깜짝 놀랐다. 시민단체 출신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점령군같이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수중보, 양화대교 사업 등에 대해 박 후보는 아직도 부정확하게 얘기를 한다. 슬로건만 있고 명확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도 그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뭘 가지고 변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박 후보가 상임이사로 있던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대기업 기부 논란은 어떻게 보나.
“기부를 많이 받았다는 걸로만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기부를 받는 과정에서 대가성은 없었는지 또 사용하는 방법에 있어서 기부 목적에 맞게 쓰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이런 부분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부는 자발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자발성이 없었다면 기부라고 볼 수 없다.”
-시민후보와 대결하게 됐는데.
“박 후보는 시민후보가 아니다. 다양한 시민 의견을 담은 후보가 아니다. 야권 후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시민후보라는 표현은 매우 부적절하다. 보수시민단체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저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고,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도 캠프에 합류하고 있다.”
-박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안철수 현상’과 무관치 않은데.
“안철수 현상은 변화에 대한 욕구였다.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기존 정당을 등에 업고, 결국 그 정당과 함께하면서 관계 설정이 모호해져 변화의 바람은 퇴색됐다.”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나는데.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기다려 왔던 하나 된 한나라당 모습이 선대위 출범식을 통해 구현됐다. 지금부터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으면서 지지도 역시 올라갈 것이다.”
-인생 행보를 볼 때 밑바닥 정서를 잘 모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겉모습만이 다가 아니다. 서민처럼 생겼어도 서민의 아픔 모르는 분들이 있고, 서민처럼 안 생겼어도 서민의 아픔과 어려운 분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분도 있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약자를 기준으로 약한 쪽의 편에 서겠다.”
-장애인 정책에 관심이 많은데.
“장애인이 기준이 되는 도시가 되면 장애인이 편리해질 것이다. 지금은 차별이 많다. 단순히 장애인통합보육센터 늘리는 것은 소용없다. 진정한 통합 보육이 돼야 하고, 아이들을 센터에 보내면 여러 가지 치료 서비스도 함께 들어가야 된다. 17대 때 특수교육진흥법 개정하면서 치료 서비스가 학교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었다.”
-오세훈 전 시장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지도자는 시대 요구와 맞아야 된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은 잘했다고 본다. 그 시기에는 서울의 경쟁력 높였어야 했고, 두 분은 그 역할을 제대로 했다. 그러나 현재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 나경원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고, 그런 점에 맞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차별화도 될 것이라고 본다.”
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