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박원순 “정말 불리해지면 안철수에 도와달라 할 것”
입력 2011-10-07 00:15
박원순 범야권 통합 서울시장 후보는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양화대교 아치 공사를 현재의 미완성 상태로 둬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강 수중보 문제에 대해서도 “물길을 막아놓는 식의 보 공사가 아닌 한강을 생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언젠가는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선거 문제와 관련해선 “지금까지는 선거 지원을 부탁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정 불리해지면 한번 도와 달라고 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대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문제를 해명할 때에는 “정말 억울하다” “아직도 나를 못 믿겠느냐”는 말을 계속 쏟아내며 억울함을 토로했고, 목이 탔던지 음료수를 연신 들이켰다. 인터뷰는 여성 관련 시민단체들이 모여 있는 곳인 서울 영등포동 여성미래센터에서 했다.
-선거운동 다니는 게 체질에 맞나.
“시민운동이란 게 사람 만나고 협조 구하러 다니는 일이다. 선거도 해보니까 사람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일이더라. 내가 여태까지 죽 해오던 일이라 크게 어렵지 않더라. 워낙 건강해서 피곤하거나 그렇지도 않다.”
-왜 정치를 하려고 했나.
“사실 정치에 나선다는 게 큰 부담이었다. 솔직히 맨정신으로 출마를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출마 선언 전에 50일간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골똘하게 생각하게 됐었다. 그때 결심했다. 이전부터 이명박 정부 이후 우리 사회가 이렇게 후퇴해선 안 된다는 고민을 계속 해왔는데, 민생이 파탄나는 등 너무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더라. 더 이상 공공선 운동인 시민운동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이념적으로 어느 쪽에 해당하나.
“나는 경기고, 서울대를 나와 검사, 변호사를 했다(그는 서울 법대 1학년때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됐다). 내 고교 동기들이 김준규 전 검찰총장도 있고, 판·검사와 변호사만 60명이 넘는다. 재벌에도 수두룩하다. 보수적 태생이지만 내가 평생 해온 일은 그 반대쪽에 있다. 굳이 따진다면 나는 ‘실용적 진보’ 또는 ‘중도 진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어느 극단에 서 있지 않으니까 김문수 경기지사가 예전에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와 달라고 두 번이나 찾아왔었다.”
-대기업 기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은 인신공격이나 왜곡이 왜 그렇게 많나. 조금만 조사해 보면 될 일을 무슨 의혹처럼 얘기들을 한다. 대한민국 공당마저 그러고 있다. 참여연대에서 대기업을 공격하면, 내가 있는 희망제작소에 기부금이 들어왔다고 의혹을 제기했던데 소설도 그런 소설이 어디 있느냐. 그럼 참여연대 사람들은 희망제작소 돈 보내주는 임무를 하는 사람들이냐. 내가 이런 걸 보면서 ‘아, 이러니까 정치가 욕을 먹는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돌이켜 보니까 구관이 명관이더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여민주주의를 얘기했는데 내가 해온 시민운동의 비전과 비슷하다. 하지만 정책은 치밀하지 못했고, 신자유주의의 늪에 빠졌다. 의욕은 좋았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민주당도 남북관계 등에 있어서 굉장히 좋은 일을 많이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완벽하다면 내가 왜 안 들어가겠느냐. 시대가 저에게 새로운 변화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전 시장의 시정을 평가한다면.
“현 정부는 소통에 큰 문제가 있다. 오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권력자나 시장이 어젠다를 만들어 아래에 내려꽂는 식으로 행정하면 안 된다. 이 정부가 시민사회 진영에 있는 나 같은 사람하고 협력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탄압을 하더라.”
-양화대교 공사와 한강 수중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양화대교 공사는 기본적으로 있어선 안 될 공사였다. 5000t급 선박을 통과시키려고 억지로 상판을 높이는 공사다. 하지만 지금은 여의도나 용산에 항을 만드는 게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 있는 상황이라 공사가 필요 없게 됐다. 지금 아치가 하나 생겼고 나머지 아치를 설치하려 한다. 그 비용이 100억원이 넘고, 시민들이 우회도로로 다니는 고생을 1년이나 더 해야 한다. 공사를 더 하지 말고 현 상태 그대로 둬서 전시행정의 사례로 남기고 돈도 100억원 아끼는 게 더 좋겠다는 판단이다. 한강 수중보는 전문가들 얘기를 더 들어보겠지만, 한강을 생태천으로 바꿔 옛날처럼 목욕도 하고, 백사장도 생기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핵심 공약을 꼽는다면.
“‘착한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려 한다. 다양한 새로운 사회적 서비스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릴 생각이다. ‘집 걱정 없는 서울’을 내세우려 하는데, 서울시내에 자투리땅이 많은데 이를 활용해 소규모 리빙텔을 만들어 소외된 사람들에게 제공하려 한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나.
“나 후보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 거치시고, 판사 하시고, 의원 하신 분이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 갔다가 감옥 갔다가, 검사 버리고, 변호사 버리고 스스로 고난의 길을 걸어온 나와는 많이 다른 후보다. 그분도 나름대로 장점이 많으신 분이다. 하지만 누가 더 필요한 사람인지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안철수 원장의 영향력이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야권 통합 경선(3일) 이후 안 원장과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경선을 치르면서 소회와 감사함을 전달했고, 안 원장이 (네거티브 공세를 받은데 대해) 나를 위로해주고, 응원을 해줬다. 내가 안 원장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20대와 30대의 참여도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분이 영원한 후원자가 되어 주진 못할 것이다. 솔직히 나도 MBC ‘무릎팍도사’에 나왔으면 5%의 지지율에서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손병호 엄기영 김원철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