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Jobs] 입양-대학중퇴-애플서 퇴출-암투병 ‘역경의 드라마’

입력 2011-10-06 18:24


애플은 화려했지만 스티브 잡스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집에 입양됐고 대학도 중퇴했다.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긴 암투병 생활도 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다.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치열한 삶을 살다 떠났다.

◇좀처럼 말하지 않았던 개인사=잡스는 애플 신제품 설명회장에선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으로 통했으나 평소 개인사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1955년 2월 24일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잡스는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입양됐다. 잡스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와 생모 조앤 심슨은 위스콘신대 대학원 재학 중 만났으나 심슨 가족이 잔달리가 시리아인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결혼에 반대했다. 심슨은 미혼모인 상태로 잡스를 낳았다.

잡스는 후에 애플 본사를 설립하게 된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어릴 적에는 학교 가는 것보다 집에서 과학실험용 ‘키트’를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다.

명문 리드대학에 입학했으나 6개월 만에 중퇴했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고, 전공인 철학도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노의 붐타운 호텔 카지노 부사장으로 일하는 생부 잔달리는 5일 “(아들 사망 소식을) 알고 있다”면서 “아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위대한 혁신가 잡스가 남긴 것=1976년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잡스는 다섯 살 연상인 ‘천재 공학도’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하고 컴퓨터 ‘애플 Ⅰ’을 내놓았다. 그의 나이 21세였다. 이듬해 개인용PC ‘애플 Ⅱ’를 내놓아 대성공을 거뒀다. 잡스는 이어 84년 마우스를 도입한 매킨토시 컴퓨터를 출시했다.

30세 때인 85년엔 자신이 영입한 CEO 존 스컬리와 이사회에 의해 쫓겨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애플을 떠난 후 넥스트사를 세우고 86년엔 조지 루카스 감독으로부터 컴퓨터그래픽 회사인 픽사를 인수했다. 픽사에 10년간 6000만 달러를 투입해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히트작을 내면서 픽사를 할리우드 최대 애니메이션 회사로 키웠다.

97년 넥스트가 애플에 병합되면서 복귀한 그는 2001년 MP3플레이어 ‘아이팟’, 2003년 아이팟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아이튠스’를 출시했다. 2007년 스마트폰의 선두주자 ‘아이폰’, 2010년 태블릿 PC ‘아이패드’를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애플을 세계 최대 IT업체로 성장시켰다. 잡스는 특히 1977년 애플Ⅱ로 PC시대를 연 후 30여년 만에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내놓음으로써 PC시대를 접고 포스트PC를 주도해 세계 역사를 스스로 개척하고 주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외적인 성공 가도에 건강이 발목을 잡았다. 2004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급격히 살이 빠지면서 당시 한 줄짜리 부고가 나기도 했다. 잡스는 2009년 비밀리에 간이식 수술까지 받는 등 긴 투병생활에 시달려야 했다. 올해 1월 병가를 떠났고, 결국 6주전 애플 CEO에서 물러났다. 그의 전기가 오는 25일 전세계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