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박병권] 여성의 행복찾기

입력 2011-10-06 17:53


여성운동에 일찍 눈뜬 선각자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이미 여성부가 생겨 여성을 보호하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덕분에 성차별과 직장내 성희롱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오히려 여성 상사의 성희롱에 고충을 호소하는 새가슴인 남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상사인 여성에게 반말 아닌 반말을 했다고 면박당하는 남자 이야기가 광고에도 인용될 정도다.

그렇지만 아직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여성인권 침탈 사례는 부지기수다.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지구촌 곳곳에서 상상할 수조차 없는 만행에 가까운 악습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가 전하고 있는 ‘여성이 살기 나쁜 나라’의 사례는 끔찍하다. 가령,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아직도 운전을 할 수 없다. 파키스탄에선 명예살인으로 매년 여성 1000여명이 희생된다고 한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명예살인이란 순결이나 정조를 잃은 여성을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누군가가 직접 살해하는 관습이란다. 야만도 이런 야만이 없다.

여성인권 침해 여전히 많아

이뿐 아니다. 소말리아 여성의 95%는 성기 절제 수술인 할례를 받는다. 여성의 법적 지위, 건강, 교육, 경제, 정치 등 5가지 요인을 기준으로 뽑은 여성이 살기 나쁜 나라 1위인 차드에서는 여성의 권리가 거의 없다. 여자 아이를 11∼12세 때 정략 결혼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멘에서는 가정폭력이 불법이 아니고 부부강간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사람으로서의 삶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성이 불행한 국가의 대부분은 국민소득이 매우 낮은 이슬람권 국가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국가와 개인의 경제적 자립 내지는 독립이 행복의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소득 수준과 여성의 행복지수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상위권은 대부분 선진국이다.

다음으로 여성의 정치적 지위가 높아져야 한다. 여성 차별이 심한 국가에서 볼 수 있듯이 한 개인이 사회의 나쁜 관습을 없애기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 불가능에 가깝다. 예컨데 반드시 사라져야 할 가정폭력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입법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에서 그들을 설득시키거나 이해시키지 않고서 이를 시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여성의 정계 진출이 많아 되도록 요직을 많이 차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여성의 정치적 지위가 높은 나라일수록 행복지수도 올라간다.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아이슬란드와 여성 총리를 탄생시킨 덴마크를 보라. 우리나라도 여성 총리를 배출하긴 했지만 선진국의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가부장적 전통이 여전히 살아있는데다 여성의 정치적 진출이 생각처럼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 정당의 전국구 의원 배분이나 당내 요직 경선에서 여성 후보자에게 가점을 주고 있지만 예상외로 유능한 여성 정치인의 출현이 늦어지고 있다.

남성과 함께 문제 해결하자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정치적 위상 제고는 여성 혼자서 또는 여성단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남성들로 대표되는 기득권 세력의 거센 저항에 가로막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의 군가산점 문제도 결국은 헌법재판소에 가서 결판이 났다. 이처럼 뺏긴 권리를 찾거나 새로운 권리를 만드는 것은 여성 혼자서 하기가 버겁다. 설득과 경우에 따라서는 고난에 찬 투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갈등의 한쪽 상대인 남성과 더불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되지 않을까. 그러니 여성들이 가정에서 남편이나 아들을 우군으로 만드는 지혜가 긴요하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