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스파이스 7집 ‘오픈 유어 아이즈’… 5년 뜸들인 새 앨범 “어, 델리가 달라졌네”
입력 2011-10-06 17:42
델리스파이스가 없었다면 1990년대 중후반 우리 인디음악의 태동기는 조금 초라하고 촌스러웠을 것이다. 인디신에 펑크 밴드가 득세하던 시절, 이들은 감성적인 모던록을 선보이며 관객을 홀렸다. 솔직한 노랫말과 꾸밈없는 보컬, 귀에 감기는 멜로디로 많은 마니아를 만들어냈다.
5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기타·보컬) 윤준호(베이스)는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엔 인디밴드의 법칙 같은 게 있었어요. 사운드는 강하고 밴드명은 자극적이고…. 그런데 저희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별로 환영을 못 받았죠.”
델리스파이스는 95년 PC통신에 김민규가 올린 밴드 멤버 구인 글이 발단이 돼 결성된 팀이다. 글을 본 윤준호가 합류, 밴드가 만들어졌고 97년 ‘차우차우’가 실린 1집을 발매했다. 하지만 ‘법칙’을 거슬러서일까. 음반은 초기에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서서히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2006년 6집 ‘봄봄’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활동으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이후 새 앨범 발매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5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라는 앨범명의 신보를 내놨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묻자 김민규는 “우리 음악에 대한 지겨움이 컸다”고 했다. “매일 같은 걸 반복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재미가 없더라고요. 공연을 해도 노래하는 기계, 연주하는 기계가 돼서 무대에 서는 것 같았어요. 휴식기를 갖고 싶었죠.”
지겨움을 극복한 이들의 신보는 그래서 다르다. 군데군데 전자음을 포갰고 전체적으로는 어둡고 거친 느낌이 더해졌다. 기존 델리스파이스 음악에 익숙한 청자라면 낯설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변화를 환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내는 팬도 있다.
델리스파이스는 7집 발매를 앞두고 서상준(드럼), 이요한(키보드)을 새 멤버로 영입했다. 이들은 언제나 그랬듯 방송보다는 공연 중심의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인디밴드 1세대로서 후배들 중 눈여겨보는 밴드가 있는지 물었더니 김민규 윤준호 두 사람은 “요즘 나오는 밴드는 다 잘한다”고 답했다. “못하는 팀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죠. 영리한 뮤지션이라면 음반 1, 2장을 자기 색깔 묻혀서 평단이 좋아하게, 대중들이 좋아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음악을 꾸준히 하는 건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윤준호)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