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챔버오케스트라의 특별한 음악회
입력 2011-10-06 17:48
[미션라이프] 호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호주챔버오케스트라가 지난 5일 일원동 밀알학교내 세라믹팔레스홀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하지만 객석 200여석은 거의 비다시피 했다. 맨 앞 30여석만 자리가 찼다. 클래식 공연장의 조용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연주하는 내내 객석은 소란스러웠다. 연주에 집중은 고사하고 옆 사람과 떠들거나 아무 때나 박수를 쳤다. 의자를 발로 차는 소리, 간혹 울음소리도 들렸다. 클래식공연의 나이제한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무대로서 공연시간도 애매했다. 공연은 평일 오후 3시에 이뤄졌다.
그러나 호주챔버오케스트라는 개의치 않았다. 검은색 연주 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이들은 정성을 다해 연주했다.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들려줬다. 오히려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 장난기 어린 눈으로 객석을 바라보며 청중의 관심을 유도했다.
이날 청중은 2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어린 아이들이었다. 그것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었다. 주사랑공동체 아이들 18명을 위한 무대였다. 이들은 장애 때문에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다. 주사랑공동체 대표이면서 이들의 아버지인 이종락 목사는 1999년부터 이 같은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살고 있다.
2009년부터는 ‘베이비박스’를 주사랑공동체 인근에 설치해 “아이들을 버리려면 이 곳에 안전하게 버려라”고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목사의 둘째 아이 은만이도 전신마비 장애를 갖고 있다. 이 날은 은만이를 제외한 아이들 대부분이 함께 했다.
이번 공연은 주한호주상공회의소가 주관했다. 로드로쓰웰 상임이사는 매달 주사랑 공동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3~6일까지 열리는 제29회 대한민국국제음악제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호주챔버오케스트라에게 장애아들을 위한 특별한 콘서트를 부탁했다.
오케스트라의 부대표 제시카 블락은 “음악은 사람에게 항상 좋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릴수록 영향력은 더 크다”며 “참석한 장애아들에게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음악을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음악 속에 있는 스토리를 읽는 능력이 있다”면서 “비록 분위기는 시끄럽지만 아이들 앞에 설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챔버오케스트라는 호주에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장애아들을 연주실로 초청, 악기를 직접 다뤄보게 하고 있으며 장애아들을 위한 지방투어 콘서트도 한다.
이종락 목사는 “음악회를 위해 애써 준 많은 분들께 먼저 감사드린다”면서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음악을 통해 전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