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벨 화학상에 이스라엘 셰흐트만 교수… 고체구조 이해 바꾼 준결정 물질 발견
입력 2011-10-05 14:34
올해 노벨 화학상은 요리용 프라이팬이나 자동차의 디젤엔진 등 강한 합금 소재로 많이 연구되는 준결정(準結晶)을 처음 발견한 공로로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의 다니엘 셰흐트만(70)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상위원회는 5일 “셰흐트만 교수가 준결정(Quasicrystal) 연구를 통해 고체 물질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며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셰흐트만 교수는 테크니온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75년부터 모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결정(crystal)은 다이아몬드나 소금처럼 같은 구조가 무한히 반복되는 고체 구조를 뜻한다. 반면 준결정은 결정처럼 질서정연해 보이지만 동일 단위가 반복되지 않는 구조를 말한다. 결정은 원자 배열의 규칙성 때문에 그 방향으로 적당한 힘이 가해지면 깨지기 쉽다. 하지만 준결정 구조는 결정을 이루는 공간 사이가 더 촘촘하게 채워져 물질의 구조를 단단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셰흐트만 교수는 1982년 4월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알루미늄-망간 합금에서 이런 준결정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이후 다른 종류의 준결정들을 실험실에서 발견했고, 러시아에서는 자연상태의 준결정 광물이 채취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세대 준결정재료연구단 김도향 교수팀이 준결정 구조를 이용해 성형이 쉬운 마그네슘 합금 소재를 개발한 바 있다.
현재 음식물이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에도 준결정이 쓰인다. 준결정 형태 물질을 프라이팬에 입히면 음식물이 프라이팬의 철판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또 준결정을 철에 사용하면 내구성이 매우 강화된다. 때문에 골프채, 자동차 디젤엔진 등을 만드는 소재로 연구되고 있다.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셰흐트만의 발견은 당시까지만 해도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자신이 연구하던 그룹을 떠나야 했지만 결국 다른 과학자들로 하여금 물질의 근본 성질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셰흐트만 교수는 이번 수상으로 1000만 스웨덴크로네(약 17억22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