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나눔앙상블’서 콘트라베이스 연주하는 치과의사 남두영씨 “소외이웃 찾아가는 공연 즐거워요”
입력 2011-10-05 21:56
늘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서일까, 요즘 보기 드물게 밝은 인상이다. 남두영(43)씨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치과의사다.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세종나눔앙상블’의 콘트라베이스 주자인 그를 4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아무도 여기에 맛을 들이면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 좋은 기회, 좋은 음악이 다 있거든요. 제가 언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공연을 해보겠어요?”
그가 콘트라베이스를 처음 접한 것은 1988년. 숭실대 재학 시절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서클에 가입하면서부터였다. 그전까지는 악기는커녕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음악 문외한이었다고. “이런 말 하면 웃긴데, 콘트라베이스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는 덩치 좋고 힘 잘 쓰고 악보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악기거든요.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배운 거죠.”
‘세종나눔앙상블’에는 2009년 창단 때부터 가입했다. 소외 이웃을 찾아다니며 무료 공연을 할 때마다 단원들끼리 공유하는 유대감도 비할 바 없는 감동이었지만, ‘세종꿈나무하모니오케스트라’(세종문화회관에서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유스오케스트라) 단원 김진우(13)군과의 만남은 더욱 특별했다고 한다. 몽골 이민자 가정 출신인 진우군은 그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고 있다.
“명목상 콘트라베이스를 가르쳐주기 위해 만나고 있지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더 많이 해주려고 해요. 대학 때 은사님이 저한테 그러셨거든요. 청년들이 읽기 어려운 책을 추천해주고, 평소 먹어보기 힘든 음식도 자주 같이 먹어보고요.”
그는 콘트라베이스와 관련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터넷 홈페이지 ‘콘트라베이스 이야기’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생업은 어떡하고 오케스트라 활동에 이토록 열성일 수 있는 걸까.
“악기를 병원에 갖다 놓고 틈이 생기면 무조건 연습해요. 병원에 있는 제 방이 한 평 남짓인데 저 큰 악기를 잡고(웃음). 하루에 30분이라도 연습하는 게 목표인데 그것도 쉽지가 않아요.” 그는 돌아오는 토요일이 공연이라며 인터뷰를 끝내자마자 다시 활을 잡았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