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원폭 피해자 지원에 40여년 헌신… 정부, 일본인 도요나가씨에 표창장
입력 2011-10-05 19:14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을 40년 가까이 지원해 온 일본인이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고 연합뉴스가 5일 보도했다.
도요나가 게이자부로(豊永惠三郞·75) ‘한국 원폭 피해자를 구원하는 시민 모임’ 히로시마(廣島) 지부장은 지난 3일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 국경일(개천절) 기념식’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지원해 온 공로로 표창장을 받았다. 그가 한국 정부의 표창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세 때인 1945년 8월 피폭된 그는 이전에는 일본인들만 원폭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히로시마에서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하며 일본인 학생들이 재일 조선인 학생을 차별하는 것을 보고 일본 안의 차별에 눈을 떴다. 그러다 한국에도 원폭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1971년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민단)이 주최한 일본 교사들의 한국 교육시찰에 참여해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을 만난 그는 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귀국 후 본격적으로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1972년 오사카에서 발족한 ‘한국의 원폭 피해자를 구원하는 시민 모임’에 가입했고 2년 뒤에는 히로시마 지부를 만들어 지부장에 취임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지원한 지 어느덧 4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완고하다. 그는 “최근 일본 정부는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원폭 피해자 배상문제도 해결됐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앞으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일본 정치가들을 설득하는 일에 더 힘을 쏟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