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3감독 성공비결은 유산 승계
입력 2011-10-05 18:54
올 시즌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네 팀 가운데 삼성, 롯데, SK의 사령탑은 모두 초보 감독이다. 그리고 삼성의 류중일 감독, 롯데의 양승호 감독, SK의 이만수 감독 대행 등 이들 세 초보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을 지녔던 전임 감독의 스타일을 존중한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연말 갑자기 지휘봉을 물려받은 류 감독은 선동열 전 감독의 ‘지키기 야구’에 대한 팬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호쾌한 공격 야구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삼성의 정규리그 우승의 원동력은 방망이가 아니라 마운드였다. 이것은 지표로도 입증된다. 삼성은 4일까지 팀 타율이 0.260으로 6위에 머무르는데 비해 팀 방어율은 3.37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방어율의 경우 5월과 6월에만 잠깐 주춤했을 뿐 줄곧 1위다. 특히 선 감독이 키워놓은 불펜진은 올해도 ‘무적’으로 불리며 우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롯데가 2위까지 오르게 된 힘 가운데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유산도 빼놓을 수 없다. 로이스터 감독은 2007년까지 하위권을 전전하며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롯데를 강팀으로 바꿔놓았다. 첫 시즌부터 ‘노 피어(No Fear)’ 정신을 강조하며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자신감을 심은 것이다.
공격 야구를 강조한 로이스터 감독은 타자들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하도록 하고 투수들에게 몸쪽 승부도 피하지 않도록 했다. 호쾌한 롯데의 팀 컬러는 로이스터 감독 시절에 꽃을 피워 올해 열매를 맺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SK가 포수 박경완과 투수 김광현을 비롯해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잇단 전력 이탈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도 야신 김성근 전 감독의 힘이다. 선수 개개인에 의존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팀워크를 강조하는 김 전 감독의 스타일이 아직까지 SK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SK에서는 간판선수들이 부상으로 실려 나가면 언제나 백업 선수들이 빈자리를 완벽하지 않지만 훌륭히 메워줬다.
비록 김 전 감독이 갑자기 경질되면서 팀이 많이 흔들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난 4년간 우승 3번, 준우승 1번을 차지한 SK의 위용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