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금융시장 ‘10월 위기설’ 확산… “지나친 불안감이 문제… 2008년 데자부는 없다”

입력 2011-10-05 21:55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최근 극대화되고 있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진짜 약을 먹고도 환자가 믿지 못해 차도가 없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의 부정적 바이러스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지나친 불안감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과도한 불안감이 시장을 더 악화시키는 만큼 심리적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9.67포인트(2.33%) 빠진 1666.52로 거래를 마쳤다. 정부의 ‘안정’ 시그널과 무관하게 이틀 새 1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시장은 이미 ‘10월 위기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이 정말 과도한 걸까. 대표적인 우려와 의문들을 정부와 금융 전문가들의 진단으로 짚어본다.

◇유독 크다는 한국 시장 변동성, 진실은=지난달 4일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 지난 4일까지 각국의 주가 하락폭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12.2%로 미국(6.9%)보다 높지만 유럽 중심국인 독일(13.8%)보다는 낮다. 신흥국은 우리와 비슷한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가 다른 나라보다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오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이 같은 기간 주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 20개국(G20) 중 두 번째로 높은 20.7%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재정위기 우려가 나오는 이탈리아(16.8%)보다도 높다. 8월 이후 원화 환율의 하루 변동성은 1.21%로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20개국 평균 0.94%를 웃돌았다. 연구원은 “금융불안 확대 시 원화 환율 불안이 계속 두드러지는 배경은 일차적으로는 국내 자본시장 개방도와 외환시장 규모 사이의 불일치를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한국 채권 시장 떠날까=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것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 실제는 어떨까. 일단 채권시장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채권 순매수 기조는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분위기다. 올해 3분기 외국인들의 채권 재투자 비율도 76%로 안정적 수준이라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도 “최근 원화채권 투자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다녀왔는데, 일반적으로 앞으로도 원화 채권 투자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9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달보다 88억1000만 달러나 감소해 시장 불안감을 높였지만, 여전히 2008년 9월에 비하면 636억 달러 이상 큰 규모를 보이고 있다.

재정부는 현재 유럽계 차입금이 630억 달러 수준인 만큼 이 자금이 비정상적으로 한날한시에 다 빠져나간대도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단기외채 비중도 크게 줄었다. 6월 말 기준 전체 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은 37.6%로 리먼 사태 당시 51.9%보다 크게 낮아졌다.

◇국내 은행 외화채권 발행 막혔다?=유럽 재정위기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다. 채권발행 시 금리 기준이 되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3일 현재 195bp(bp=0.01%)로 7월 말에 비해 89bp나 높아졌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채권 발행도 어려워진 게 사실인 셈이다. 재정부는 그러나 “이는 국제 금융시장의 공통된 현상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면서 “올해 전체 유럽은행 채권 발행액도 65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유럽계 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대한 만기 차환을 거부하고 있다는 우려도 높다. 그러나 프랑스와 이탈리아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유럽 은행은 차환에 응하고 있다.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은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악화되면서 금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내 은행들이 부담은 있지만,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적극 차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 체질 여전히 불안하다?=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는 결국 금융시장에 반영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된 데는 외신,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부정적 평가도 일조했다. 지금은 어떨까. 최근 무디스의 한국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국 경제 체질이 1997년과 2008년 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견실해졌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30일 낸 ‘2008년 데자부는 없다’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2008년보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열린 민관합동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국제적으로 우리 경제 체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높아진 것에 비해 시장 불안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유럽발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경제 위험요인에 대한 개선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