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폭행 혐의 피죤회장 환자복 입고 경찰 출석
입력 2011-10-06 00:33
생활용품 기업 ‘피죤’의 이은욱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죤 창업자 이윤재(77) 회장이 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 회장을 상대로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이 전 사장 폭행을 사주했는지 추궁했다”면서 “막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혐의 사실의 60% 정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회장이 인사·재무 담당이사 김모(50)씨에게 5만원권 6000장(3억원)을 두 차례 나눠 전달했으며, 이 돈이 이 전 사장을 폭행한 조직폭력배들에게 전달됐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오후 1시50분쯤 검정색 제네시스 승용차로 경찰서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폭행을 지시한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마스크를 쓰고 병원 환자복에 베이지색 점퍼 차림이었으며, 피죤 관계자 남성 2명의 부축을 받아 조사실로 향했다. 이 회장 측은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점을 호소하며 휴식을 요구해 조사가 더디게 진행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회장은 9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마치고 오후 11시20분쯤 경찰서를 나서면서 “(경찰 조사에) 성실히 답변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마무리 조사를 위해 7일 오전 10시 이 회장을 재소환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과 도주우려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고령인 데다 투병 중인 점을 고려해 불구속으로 수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측근인 김 이사가 구속된 지난달 29일 지병인 뇌동맥경화 등을 이유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