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민태원] 민폐만 끼친 복지부의 전시행정

입력 2011-10-05 18:40

5일 오전 10시 서울 상도동 상도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정부의 2012년 복지 분야 예산 설명회가 열렸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과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해양부, 국가보훈처,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련 부처의 실·차장들이 참석했다. 일선 복지기관에서 예산 관련 정부부처 합동 브리핑이 열린 것은 처음이라는 게 복지부 관계자의 말이다.

찾아가는 복지 행정 차원에서 현장 설명회를 개최하고자 한 의도는 알겠다. 더구나 정치권에서 복지 이슈가 쟁점이 되고 국민 생활과도 밀접한 분야라는 점에서 이해된다.

하지만 설명회는 전시행정의 전형이었다. 임 장관은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복지 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예를 들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젊은 부부가 미래를 설계하는 데 힌트를 줄까 해서”라고도 했다. 그런데 정작 설명회를 채운 이들은 공무원과 기자뿐이었고, 임 장관이 말한 복지 수요자는 없었다.

발표된 내용도 특별히 새로울 게 없는 재탕 수준이었다. 내년 복지 예산이 92조원으로 편성됐다는 사실은 얼마 전 기획재정부 발표로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나 중증외상센터 설치로 예산이 늘었다는 점도 언론을 통해 국민들이 접한 것이었다. 이 정도라면 굳이 일선 복지관을 찾아 합동 설명회를 열 필요가 있었을까. 정부부처에서 기자에게 브리핑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설명회 때문에 사회복지관 직원들은 하루 전부터 부산을 떨어야 했다. 한 사회복지사는 “샌드위치와 음료를 준비하느라 아침 일찍 나왔다. 당연히 업무에도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홍보담당자조차 “위에서 시키니까 했는데 전시·탁상행정”이라고 했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게 하는 복지 행정이 아쉽다.

민태원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