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부인 사칭 ‘이메일 피싱’… “튀니지로 탈출” 속여

입력 2011-10-05 18:11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부인이라고 속여 돈을 뜯어내는 신종 ‘이메일 피싱’이 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했다.

범인은 이메일에서 자신이 카다피의 부인이며 리비아를 탈출해 튀니지에 머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카다피의 비밀자금 250만 달러(29억7750만원)를 맡길 수 있는 ‘믿을 만한 동업자’를 찾고 있으며 자금의 65%를 유망 업종에 투자해주면 35%를 대가로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할 의향이 있으면 선불로 보증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이런 수법은 거액의 투자수익금을 미끼로 보증금을 요구하는 ‘선수금 사기’의 일종이다. 최근 중동의 재스민혁명으로 쫓겨난 독재자들과 가족들이 몰래 해외로 거액의 비밀자금을 빼낸다는 소문이 돌면서 좀 더 그럴싸한 사기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부인을 사칭한 사례도 있다. 범인은 이메일에서 “여성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절망에 빠진 상태”라고 동정심을 유도했다. 이슬람 국가는 여성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도와줄 외국인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보안 블로거인 그래엄 클러리는 “중동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이후 ‘아랍의 봄 피싱’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사기에 속아 거액의 돈을 잃는 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