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전쟁’ 강온 목소리… 백악관, 외교마찰 우려 신중

입력 2011-10-05 18:12

미국과 중국이 2차 환율전쟁을 벌일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강온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4일(현지시간) 미 의회 합동청문회에 출석, “우리는 중국의 통화정책이 세계경제가 더 정상적인 회복 수순으로 접어드는 것을 막고 있다는 데 대해 염려한다”며 “그것은 일정부분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이는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미 중앙은행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FT는 버냉키 의장 발언이 최근 달러 강세가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미국 및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공화)은 “미 의회가 중국의 화폐가치를 놓고 보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워싱턴타임스가 보도했다. 베이너 의장은 중국 당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의회가 보복 법안을 만든다고 중국이 환율시스템을 변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우려해 이 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하원 표결과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받아야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미국의 51개 경제단체도 지난주 상원에 서한을 보내 해당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상원에 상정된 법안은 결국 승인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미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을 둘러싼 양국 간 격돌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