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상승세 주춤-케인 급부상… 美공화 대선 레이스 혼전

입력 2011-10-05 21:25

미국 공화당 후보 경선 레이스가 다소 혼전 양상이다.

여론조사 선두주자인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갈수록 약해지고, 피자 체인 최고경영자(CEO) 허먼 케인이 뜨고 있다. 여기에 대권 도전 선언만 하면 단숨에 선두 자리를 차지할 것 같았던 다크호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4일(현지시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화당의 어지러운 경선 판도는 보수층을 확 끌어당기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선두주자 페리는 지난달 TV토론에서 몇 가지 말실수와 함께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오히려 점수가 깎이는 분위기다. 그의 자극적인 용어 사용이나 극우적 성향은 공화당의 표심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페리 등장 이전까지 장기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보수층으로부터 ‘우리 편 맞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중도적 입장을 갖고 있다. 당연히 보수 주류 일각에서는 그의 정체성을 문제 삼는다.

경선 초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케인은 지난 주말 보수 유권자단체 티파티가 시카고에서 실시한 비공식 예비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의 여론조사에서는 16%의 지지율로 페리와 공동 2위를 한 데 이어 이날 CBS방송 조사에서는 2주 전 지지율(5%)을 압도하는 17%로 페리(12%)를 제치고 롬니와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흑인인 케인은 코카콜라와 버거킹 등의 중역을 거쳐 ‘갓파더스 피자’ CEO를 지냈다. WP는 페리 인기가 떨어지면서 페리를 지지했던 극우 성향의 공화당원들이 케인 쪽으로 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황하는 보수층 표심이 ‘일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수준’이라는 풀이다. 케인은 강력한 국방과 세금 인하를 주창하는 등 보수 강경파들을 대변하고 있다.

공화당의 다크호스 크리스티는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2009년 민주당의 아성인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자 수많은 공화당원들이 혜성같이 나타난 그에게 대선 출마를 강력히 종용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이 아니라 2016년을 생각하는 듯하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