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씁쓸한 뒷맛 남긴 손학규 사퇴 철회

입력 2011-10-05 19:03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어제 대표직 사의를 거둬들였다. 10·26 서울시장 후보 범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손 대표의 사퇴 철회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대표직 사퇴로 민주당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당 소속 의원들의 간곡한 만류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총회를 열어 손 대표가 박원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의 승리에 앞장서야 할 때라면서 만장일치로 손 대표의 대표직 사퇴 철회를 결의했다. 김진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경기 분당의 손 대표 자택까지 찾아가 의원총회 결과를 설명하며 설득했다.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대표는 “고심을 거듭했다”며 “당의 뜻이 개인 손학규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과 민주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헌신을 명하는 것인 만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제 “60년 전통의 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만큼 당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민의 신뢰 회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하튼 민주당은 손 대표 복귀로 경선 패배에 따른 후폭풍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번 사퇴 철회 해프닝을 통해 손 대표는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대표직 복귀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 전원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졌을 뿐 아니라 당내 입지가 오히려 확고해졌다. 야권 통합과 민주당 당면 과제인 쇄신책 마련 작업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그는 서울시장 선거전을 통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지원할 박근혜 전 대표와 한 판 승부를 겨루게 된다. 여러 모로 그의 대표직 사퇴라는 승부수가 위기를 기회로 바꿔 놓은 것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말(言)을 바꾼 점은 손 대표의 부담이다. 정치인 특히 제1야당 대표의 말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정치 불신이 가중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정치인들의 허언(虛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