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디자인’ 아닌 핵심기술 특허침해 문제
입력 2011-10-05 21:34
삼성전자가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4S에 대해 통신특허 침해로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특허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신제품 발표 이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한 것에서 삼성전자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각에서 애플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적당히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각오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내부 분위기는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수세적 입장이었던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공세적으로 급선회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달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신호탄이었다.
삼성전자의 이번 소송은 기존 소송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애플은 그동안 특허 소송에서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탭 시리즈가 각각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 사용자 환경(UI)을 베꼈다고 주장해 왔다.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가 패소하더라도 애플이 제기한 특허는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피해갈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에 제기한 소송의 근거는 통신표준 특허 침해로 해당 특허가 없이는 이동전화로서 기능을 할 수 없다. 이번 프랑스와 이탈리아 법원에 제소한 ‘전송할 데이터 형식을 안전하게 미리 알려주는 기술’ ‘데이터 전송 에러가 발생할 경우 데이터를 복원하는 기술’ ‘전송 데이터의 양이 적으면 묶어서 부호화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특허 등록만 10만여건에 달한다. 그 가운데 휴대전화 및 통신 관련 특허는 3만여건으로 애플과 분쟁을 빚을 수 있는 특허 500여개를 특별 관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아이폰4S가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단은 이미 다 해놨다”며 “네덜란드 법원에서도 애플이 인정했듯이 삼성 기술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은 그쪽(애플)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애플이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디자인 부분에서도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9일 스페인에 있는 유럽상표디자인청(OHIM)에 애플의 디자인권에 대한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유럽연합(EU) 산하 기관인 OHIM은 회원국 전체의 상표와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관리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등록공동체디자인(RCD)으로 인정받으면 회원국 전체에서 권리가 5∼25년 동안 인정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무효 심판을 통해 아이패드 디자인권의 무효화를 이끌어낸다면 상황은 역전될 수 있다. 일반적인 소송이 개별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데 견줘 OHIM의 디자인권은 EU 회원국 전체에서 인정돼 무효가 되면 유럽 내에서 벌어지는 디자인 소송이 모두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