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하루만에 대표직 사퇴 철회… “야권통합·당 혁신에 매진”
입력 2011-10-05 18:25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대표직 사퇴 방침을 철회했다. 손 대표는 5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던 당초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범야권 서울시장 통합 후보는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를 전망이다.
손 대표는 “저의 사퇴 결심은 뼈저린 자기성찰을 통해 더 큰 민주당으로 나가고, 당 혁신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뜻이었다”며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 승리와 민주진보 진영 통합을 위해 책임을 완수하고 당에 헌신하라는 명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 번복에 따른 비판을 의식한 듯 “책임지는 정치인으로서 뜻을 뒤집는 것이 신념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했다”며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무거운 책임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가 하루 만에 사퇴 의사를 번복한 것은 “지금 사퇴하면 당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소속 의원 대다수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 65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사퇴 철회를 결의했다. 이어 김진표 원내대표와 정장선 사무총장,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 등이 손 대표의 경기도 분당 자택을 찾아가 끈질기게 사퇴를 만류했다.
손 대표는 향후 사퇴 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언제 사퇴할지 특별히 생각한 것은 없고 야권 통합과 당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오는 26일 선거가 끝나면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후보의 민주당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당원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며 “(박 후보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경선에 담긴 시민의 뜻이 존중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 이상 박 후보 영입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박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을 것이냐는 물음에는 “저와 당이 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긍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박 후보는 7일까지 민주당 입당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입장이지만 이변이 없는 한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55주년 기념식에 참석, 인권변호사 시절 알고 지낸 동료들을 만났고 오후에는 ‘살림정치 여성행동’ 창립 행사에 참석했다. 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찾아 이 여사를 예방하기도 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