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미군기지 ‘하야리아’서 발암물질… 2006년 오염조사결과 첫 공개

입력 2011-10-05 18:39


지난해 우리 정부에 반환된 부산 하야리아 미군기지에서 각종 발암물질이 검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환경부의 ‘2006년 부산 하야리아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결과 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보고서 공개를 거부해 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발암물질인 BTEX(유기화학물질인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등의 통칭)와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등이 이 기지 내 토양과 지하수에서 국내 허용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환경부는 2006년 1월 27일부터 5월 19일까지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에 따라 해당 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여부를 조사한 뒤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BTEX는 토양 2곳에서 기준치를 넘었다. 가장 오염이 심한 곳에선 587.9㎎/㎏가 나와 기준치를 7.3배 초과했다.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은 지하수 오염 측정지점 2곳에서 기준치(0.01㎎/ℓ)를 최고 4.5배 초과했다. 석유 계통 물질로 인한 오염 여부를 보여주는 TPH(석유계총탄화수소·석유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화수소의 총량)는 토양 조사지 846곳 중 250곳(29.6%)에서 기준치를 넘었으며 최고 오염농도는 2만5142㎎/㎏로 기준치의 50.3배나 됐다. TPH는 지하수 조사에서도 정화 기준(1.5㎎/ℓ)을 최고 481배 초과한 721.8㎎/ℓ이 검출됐다.

중금속의 경우 아연과 불소는 각각 15곳, 42곳에서 각각 최고 기준치 2.42배와 1.75배를 넘었다. 카드뮴 비소 납 등도 각각 기준치의 3.4배, 2배, 1.75배가 검출됐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이 기지를 돌려받으며 “오염 면적이 전체 규모에 비해 매우 작다. 전체 부지의 0.26%”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환경오염이 국내법상 매우 심각함에도 이처럼 발표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