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다음은 스페인·벨기에?… 유로존 신용 강등 도미노 예고
입력 2011-10-05 21:38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역내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을 시작으로 스페인, 벨기에 등이 줄줄이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프랑스 등 유럽계 은행의 붕괴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 지원 문제도 매듭을 짓지 못한 가운데 유럽 각국이 제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에 급급한 형국이다. 이에 미국 금융기관뿐 아니라 유로와 미 달러 약세에 따라 엔고(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일본의 수출산업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유로존 어쩌나=이탈리아의 신용 강등은 예고된 위협이었다. 문제는 이로 인한 불안심리 증폭이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국채(952억 유로)의 만기가 이달 중순 돌아오는데 무디스의 이번 평가로 만기 연장이 수포로 돌아가면 이들 국가의 연쇄 신용등급 강등이 불 보듯 뻔하다. 무디스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유로존 내) 최상위 등급(Aaa)을 받고 있는 프랑스 등 일부 국가만 현 등급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며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추가 등급 하향 조정을 경고했다.
이탈리아 최대 채권국인 프랑스의 은행도 걱정이다. 지난 14일 2, 3위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데 이어 추가 강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프랑스와 벨기에는 양국 합작은행인 덱시아의 파산을 먼저 막기로 했다. 양국은 이날 “정부가 자금 조달을 보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은행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은 2008년 수준까지 올랐다”며 “그만큼 유럽 금융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전 세계 고통 가중=유로존 불똥은 미국과 일본, 신흥국까지 번졌다. 미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는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보유 중인 그리스 국채 손실 가능성과 자금난 우려가 겹치면서 최고로 뛰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틸튼은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신용경색과 수출 악화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4일 청문회에 참석해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기국채를 사고 단기국채를 파는 것) 방안을 발표한 지 2주 만에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수출기업은 엔고가 골칫거리다. 최근까지 미 달러 약세로, 이번엔 유로존 재정위기 악화에 따른 유로 약세로 엔화가치가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엔·유로 환율은 4일 100.77엔까지 떨어져 유로화 가치가 2001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고는 일본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유로존 불안은 신흥국의 실물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 브라질 등에서는 통화 약세와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무디스는 이날 인도 최대 은행인 인도국립은행(SBI)의 재무건전성 등급을 기존의 C-에서 D+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