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정승훈] 정치자금 쓰는 방법도 문제

입력 2011-10-05 17:37


지금껏 정치자금법 논란의 핵심은 ‘받는 방법’과 관련된 것이었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과 이후 정치권의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여야 국회의원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청원경찰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안과 관련해 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였다.

현행 법 위반으로 6명의 의원이 기소된 상황에서 국회는 정치자금법 개정 논의를 벌였다. 그러다 지난 3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인과 이익단체의 ‘쪼개기 후원금’ 입법 로비를 사실상 합법화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제31조 2항 ‘누구든지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꿨다. 기부 받은 돈이 특정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에 한해서만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제32조 3호의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는 조항에서 ‘공무원’을 ‘본인(국회의원)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바꿨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서는 정치자금을 기부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입법 로비’를 허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국민 정서를 외면한 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 입법’이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여론의 직격탄을 맞자 여야는 법안 처리를 미뤘다. 문제는 유권자들이 감시해야 할 부분이 ‘받는 방법’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국민일보에 게재되고 있는 ‘정치자금의 겉과 속’ 시리즈 기사는 정치자금을 ‘쓰는 방법’ 역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퍽 많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의원들은 유권자들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으로 골프를 쳤고, 유흥주점에서 술도 마셨다. 사우나 갈 때도, 해외에서 개인적인 비용을 지출할 때도 정치자금을 사용했다. 개인의 사적인 비용은 물론 보좌진의 휴대전화비와 방세까지 정치자금으로 내줬다. 의원들이 정치자금을 그렇게 쓰는 것에 대해 이 보도 이전에는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제지도, 비판도 없이 마음대로 정치자금을 사용했던 의원들은 언론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다면 반환하면 될 거 아니냐”고 큰소리를 쳤다. “반환한다고 해도 그것은 유용(流用)”이라고 지적했지만 의원들은 “선관위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되받아쳤다. 그들이 유권자들이 모아 준 정치자금을 ‘쓰는 방법’은 이런 식이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이 보도되면서 의원들의 정치자금 ‘쓰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곳저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치자금 내역을 완전 공개해 시민들이 제대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456개 시민단체의 연합 회의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달 중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정치자금 내역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정치자금법 개정을 청원할 방침이다.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지출 상세내역을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상시 공개하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가 이 같은 청원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논의할지는 미지수다. 의원 스스로가 본인들의 정치자금 지출에 족쇄를 달아야 하는 까닭이다. 국회가 하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이 강제해서라도 비판과 감시에 나서야 한다. 정치자금을 ‘쓰는 방법’은 ‘받는 방법’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승훈 특집기획부 차장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