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교류협력대상 윤기 이사장

입력 2011-10-05 20:35


[미션라이프] “외국에 살면 잘 사는 것처럼, 멋지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서럽고 슬픈 일이 많습니다. 모국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됩니다.”

일본에서 한국인 노인들을 돕는 시설 ‘고향의 집’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 윤기(69) 이사장의 말이다. 윤 이사장은 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귀빈식당에서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 주최로 열린 제5회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 및 제2회 세계 한인교류협력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한인교류협력대상은 지난해부터 175개국에 흩어져 사는 700만 한인 디아스포라의 비전과 소명을 이뤄가는 이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윤 이사장은 이번 기념식에 참석한 뒤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됐다. 그는 “오늘 전 세계 동포들이 모인 자리에 와 보니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우리 동포들을 위한 마음을 품게 됐다”며 “일본에 ‘고향의 집’을 10곳 만드는 것이 꿈이었는데 더 큰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1989년 오사카 인근 사카이시에 처음으로 ‘고향의 집’을 열었다. 현재 사카이, 오사카, 고베, 교토 등 4곳에 재일한인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 운영돼 320여명이 도움을 받고 있다. 지금은 도쿄에 5번째 시설이 준비 중이다. 윤 이사장의 이런 실천은 일본에서도 인정을 받아 2009년 일본 외무대신 표창을 받기도 했다.

윤 이사장은 “어르신들이 오래 사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시느냐도 중요하다”며 “교토 ‘고향의 집’을 시작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시설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젊은이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설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한국 문화를 나누고 봉사를 할 손길을 찾고 있다.

그가 이런 삶을 살게 된 것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 윤 이사장은 한국기독교사회복지에 공헌한 윤치호, 윤학자 부부의 장남이다. 전도사였던 그의 아버지 윤치호씨는 1928년 전남 목포에 고아들을 위한 ‘공생원’을 세웠다. 그의 어머니 윤학자씨는 일본인이지만 한국인 고아 3000여명을 돌봐 ‘고아들의 어머니’로 불리기도 했다.

윤 이사장은 “부모님께서 재물을 물려주시지는 않았지만 신앙적으로 전 지구를 물려주신 것 같아 늘 든든하다”며 “하나님께서 계시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일하셨던 부모님처럼 저 또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이 제 삶의 비타민이고 용기”라며 “언제나 어르신들이 하나님의 보살핌 안에서 평안하게 사는 것이 제 기도제목”이라고 덧붙였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