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여류기성전 루이 9단 우승

입력 2011-10-05 17:31


지난달 30일 전북 부안읍내가 시끌벅적했다. 제5기 여류기성전 8강에 오른 여류기사들과 부안군민들이 야외 바둑행사장에서 한데 어울려 바둑삼매경에 빠져 있고, 그 주변을 많은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다. 10월 1일부터 펼쳐지는 8강전에 앞서 여류기사와 부안군민이 한 팀이 돼 페어대결이 펼쳐졌던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페어대결에서 여류기사와 한 팀이 돼 한 수 한 수 놓기가 부담스러웠지만 프로와 같이 수를 읽어가며 호흡한다는 것은 꽤 흥분되는 일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장시간 대국을 하기 어려웠지만 간단한 복기를 마친 뒤 준비된 기념부채에 여류기사들의 사인을 담았다. 잘 알려진 기사들도 있지만 갓 입단한 16세 기사도 있어 새롭고 신선했다.

1년에 한 번 부안에는 가장 많은 어린이들이 모이는 날이 있다. ‘바둑계 대부’로 불리는 고(故) 조남철 9단을 기리며 만들어진 ‘조남철 국수배 전국바둑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10월 1일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전국 각지에서 400명에 가까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모였다. 대회장 주변 숙소는 방이 동나고 주변 식당도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조용하던 부안군이 활기로 넘쳐나는 날이다.

저학년, 고학년, 중등부, 고등부, 최강부로 나뉘어 치러지는 시합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어린 고수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 오후 2시 개막식과 함께 2개의 시합이 동시에 시작됐다. 부안군 부안예술회관 1층에서는 조남철 국수배가, 2층에서는 여류기성전이 진행됐다. 오전 10시에 먼저 진행된 여류기성전 8강에서는 루이나이웨이 9단, 박지연 3단, 신예기사 최정 김채영 초단이 나란히 준결승전에 올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전기 우승자인 김윤영 3단은 김채영 초단에게 반집을 지며 아쉽게 탈락했다. 점심식사 이후 준결승전이 이어졌다. 16세 동갑내기 초단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할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관록의 루이 9단이 김채영 초단을 꺾어 일각의 기대가 무산됐다. 최정 초단은 전기 준우승자 박지연 3단을 이겼다. 최연장자와 최연소자가 결승에서 만났다. 다음 날 오전 10시 결승전이 시작됐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여류기성전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루이 9단이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여류기사들이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루이 9단의 벽을 쉽게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요즘 지지옥션배 8연승을 기록하고 명인전에서 조한승 9단을 꺾어 본선리그에 진출한 최정 초단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큰 산을 넘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악전고투 끝에 마지막까지 추격했지만 루이 9단은 반집으로 최정 초단의 반란을 잠재웠다. 내년이면 지천명을 바라보는 루이 9단. 5회 대회 중 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