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 기리는 나눔축제 한마당

입력 2011-10-04 19:12


“‘얼굴 없는 천사’의 숭고한 뜻을 잇고, 나눔의 문화를 널리 퍼뜨렸으면 합니다.”

전북 전주시 노송동 노송교회 옆 빈터에서는 4일 색다른 축제가 열렸다. 이름이 ‘제1회 천년전주 천사마을 천년사랑 축제’다.

행사에 참가한 주민들의 표정은 가을 날씨만큼이나 맑고 환했다. 풍물패의 공연 덕분에 흥겨웠지만 분위기는 먹고 마시기 일쑤인 다른 축제장과는 사뭇 달랐다.

이 축제는 2000년부터 11년째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놓고 사라진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를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스스로 마련한 작지만 큰 잔치였다. 또 날로 쇠퇴해 가는 구도심의 재생사업을 위한 첫걸음의 의미도 있었다. 주민들은 이날부터 노송동의 별칭을 ‘천사마을’로 부르기로 했다.

노송동, 중앙동, 진북동, 인후1·2동 주민 800여명이 참여한 이날 잔치의 물품과 상품은 모두 기증받은 것이었다.

행사장엔 홀로 사는 노인들의 이불을 대신 빨래해 준 세탁물들이 깃발처럼 나부꼈고, 쓰던 생활용품을 파는 나눔장터도 펼쳐졌다.

덕진자활센터는 자전거를 무료로 수리해 주고, 전주보건소는 무료 진료를 실시했다. 아리랑하우스 음식점에서는 500여명에게 점심식사 대접을 했다. 연세대 주거환경학과 대학원생 15명도 서울서 내려와 자원봉사를 했다.

전주동초등학교 관악대와 노송동 춤체조팀 등이 나서 화합의 무대를 펼친 데 이어 동별 장기자랑도 이어졌다. 앞서 3일에는 동네 일상을 찍은 영화가 상영되고, 마을 역사사진전도 열렸다. 수익금은 모두 불우이웃 돕기에 쓰인다.

김금남 조직위원장은 “해마다 천사의 날(10월 4일)에 이번과 같은 축제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노송동주민센터 옆 꽃밭에 12차례 모두 현금 1억9720여만원을 몰래 놓고 간 40대로 보이는 남자를 말한다. 2년 전엔 8026만여원을 놓고 가기도 했다. 전주시와 주민들은 지난해 1월 주변에 기념비와 현수막을 세워 그의 선행을 기리고 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