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꽉 막힌 남북관계 인도주의로 풀어라(주도홍 기독교통일학회장)
입력 2011-10-04 17:54
[미션라이프] 꽉 막힌 남북관계 인도주의로 열어야
북한을 방문한다던 한나라당 대표 홍준표는 반나절 몇 시간을 개성공단에서 보내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7시간을 방문하고 돌아왔다지만 수속과 교통시간을 빼고 나면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짧은 시간을 마실했을 뿐이다.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들과 또는 북측 인사들과 따뜻한 한 끼 식사라도 하고 돌아왔는지 궁금할 뿐이다. 집권 여당 대표의 북한 방문이라는 언론 기사에 걸맞지 않은 조금은 실망스런 방북이 아닐 수 없다. 돌아와 어쩔 수 없이 기자 회견을 했지만, 굳이 가지 않아도 가능한 인식과 내용이었다.
홍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화해 메시지를 전달했거나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했을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지만, 이도 남북관계의 현실을 통해 볼 때 단지 하나의 추측이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의 의미를 찾자면 초라한 방문을 통해서라도 국민들 앞에 말하고 싶은 것이 여당 대표로서 그에게 있지 않았는지 하는 점이다. 그는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라고 믿는다. 사실 어느 사람치고 제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남북분단의 캄캄한 암실에 안주하고 싶은 자가 어디 있겠는가?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도 한나라당 대표 홍준표는 뭔가를 말하고 싶었다. 더 이상 남북관계가 이래서는 안 된다. 남북당사자들이 사고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MB 정부가 엄격한 상호주의에서 유연한 상호주의로 변화할 것을 어렵게 촉구하고자 했다. 이러한 그의 정치적 행동에 대해 며칠이 지난 지금 정치권은 아무 말이 없다. ‘그럼 그렇지’, ‘혹시나가 역사나지’ 하는 모습이다. 홍 대표는 내가 괜한 짓을 했나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치가 풀리지 않을 때 정치적 행위는 이제 그만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담백한 인도주의이다. 사실 MB 정부에서 순수한 인도주의는 없었다. 이것저것 작은 것들을 내놓기도 하는데 큰 틀에서 볼 때 북한을 향한 인도주의는 작동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변명하려 할 필요도 없다. 한 예로, 그토록 한국교회가 북한을 순수하게 도우려 할 때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인식과 동의가 먼저 요구된다. 그래야 힘 있는 다음 행동이 가능하다. 인도주의는 때 묻지 않은 인간의 마음을 향한다. 인도주의는 인간 그 자체를 소중히 여긴다. 그 인간의 존엄성 위에서 손을 잡는다. 인도주의는 순수하고 담백하다. 국민눈치 볼 필요 없고, 미사여구도 필요 없고, 머리 굴릴 필요가 없다. 언론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복잡한 계산이 없기에 스트레스도 없다. 무공해지대, 유기농, 청정지대이다. 이념, 종교, 종족, 국경, 원수, 과거도 문제될 수 없다. 속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마음”이다. 왜 떡을 더 주냐고 항의하면,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 것이라”고 대답하면 우리는 허허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예수님도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먼저 주라”고 하셨다. 이는 창조자 하나님의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을 잘 말해준다.
북한 땅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극도의 가난과 더불어 현존하고 있다. 그들은 생존문제로 시시각각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길을 막은 정치가들이 나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 후 대대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방법을 획기적으로 찾는 것이다. 한국경제 규모에 맞는 수준이면 설득가능하며 객관적이다. 대대적 북한지원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가동시키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적 지원을 하되 모든 권한은 인도주의 단체에 맡기는 것이다. 분단 하 서독의 예가 우리에게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르게는 이는 통일자금을 앞당겨 쓰는 셈이기도 하다. 아니 통일을 앞당겨 맛보는 ‘이미의 통일’이다. 그럴 때 남북정상회담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주도홍 기독교통일학회 회장(백석대 교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