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불똥, 은행까지 태울 기세
입력 2011-10-05 00:15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역내 은행으로 급속히 전이되고 있다. 위기 해결사로 기대받고 있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지위 문제를 두고도 이견이 표출되는 등 유로존 위기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위기, 은행으로 전이=그리스가 재정 감축 목표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불량 채권을 보유한 은행에 불똥이 튀었다. 프랑스와 벨기에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덱시아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해 덱시아에 자금 조달 보증을 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벨기에 정부는 이날 저녁 총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4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덱시아는 자본 건전화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나 그리스 재정 위기가 닥치면서 다시 상황이 악화됐다. 덱시아가 그리스 위험에 노출된 규모는 48억 유로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는 그리스의 위험 증가를 이유로 덱시아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고, 덱시아 주가는 벨기에 증시에서 이날 한때 37%까지 떨어졌다가 20% 하락하는 수준으로 거래됐다.
유로그룹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그리스 구제금융 추가분을 실행하기 위해 은행들이 당초보다 더 많은 손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은행을 압박했다.
◇EFSF 자격 논란=EFSF에 은행의 자격을 부여할지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EFSF에 은행 자격을 부여할 경우 증액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부실을 발생시켜 재정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인 옌스 바이드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지난달 19일 EFSF에 은행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드만은 “EFSF에 은행 자격을 부여할 경우 EFSF가 사들이는 유로 위기국 채권을 담보로 다른 은행처럼 ECB에서 차입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유로권에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마리오 드라기 ECB 차기 총재가 EFSF에 은행 자격을 부여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담보 대출을 통해 현재 4400억 유로 규모인 EFSF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FSF의 은행 자격 부여보다 레버리지(차입)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용평가 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EFSF를 증액할 경우 독일 프랑스 등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어느 방식이든 증액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