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사퇴 안팎… 단순한 경선 패배 책임? 박원순 입당 압박 전술?
입력 2011-10-04 15:35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일 대표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은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명분과 함께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를 민주당에 입당시키기 위한 압박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손 대표 개인으로서도 내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기 위한 숨고르기 시간이 필요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손 대표는 경선 패배 직후인 3일 밤과 이날 오전 참모들과 핵심 당직자들을 모아놓고 “이러다가 정당정치 시스템이 무너질까 걱정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제1야당이 시민사회 쪽 후보에게 패배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는 것이다. 사퇴를 만류키 위해 찾아온 중진 의원들에게도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중대 사태를 맞았는데 아무 일도 없는 듯 그냥 지나갈 수 없다”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손 대표 측근은 “옛날 열린우리당처럼 선거 한번 졌다고 무조건 지도부가 떠밀리듯 사퇴하던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며 “선거 패배 책임론 못지않게 국민들의 달라진 정치적 요구와 인식을 제1야당이 담아내지 못한데 대한 기성 정치인으로서의 반성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사퇴가 박 후보를 민주당에 입당시키려는 ‘전술’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후보의 든든한 후원자격인 손 대표가 물러나면 민주당 차원의 선거 지원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박 후보가 선거에 불리해져 입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다른 측근은 “손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순간 박 후보 입당 문제는 손 대표의 손을 떠나 박 후보 스스로의 손에 맡겨진 상황”이라며 “손 대표가 결단을 내린 상황에서 박 후보가 끝까지 밖에 남아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중진들도 “손 대표 사퇴 문제와 박 후보 입당 문제는 같은 고리에 묶인 사안”이라며 양측을 번갈아 접촉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편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경선 패배로 재차 확인됐듯 ‘여의도 정치’ 또는 민주당 정치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손 대표가 당 쇄신과 새 정치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차기 대선 주자로서 기성 정치에 혐오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 눈높이를 맞춰나가는 일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가 ‘칩거정치’나 ‘장외정치’에 다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벌써 흘러나온다.
손병호 김원철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