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 물가 상승세 한풀 꺾였다지만… 전월세·환율 등 복병

입력 2011-10-04 22:23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전·월세난이 심각한 데다 원·달러 환율 급등이라는 복병까지 등장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전망치인 4.0%를 뛰어넘어 4% 중반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불안한 물가=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3%로 8월(5.3%)보다 1% 포인트 낮아졌다고 4일 밝혔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5월 이후 계속되던 오름세가 확연하게 꺾였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말하기 어렵다. 상승률이 4.3%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로 높았던 영향(기저효과)도 크다. 또 물가는 올 들어 9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고춧가루 등 농산물과 금반지, 집세 등이 주도했다. 고춧가루는 전년 동월 대비 가격상승률이 92.6%에 이르렀다. 돼지고기(23.8%), 쌀(13.8%), 갈치(18.2%), 달걀(16.9%) 등도 많이 올랐다. 금반지는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폭으로 금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자 36.2% 상승했다. 여기에다 전·월세난은 갈수록 심각하다. 전세는 전년 동월 대비 5.4%, 월세는 3.1% 오르면서 집세가 4.7%라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환율 ‘복병’=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208.2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200원을 뚫은 것이다. 장중 고점만 놓고 보면 지난해 7월 22일(장중 1210.00원)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 급등은 물가 불안으로 연결된다. 한국은행은 환율과 국제유가가 각각 10% 오르면 물가 상승효과는 0.8% 포인트, 0.2% 포인트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유가보다 더 물가에 치명적인 셈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 확대가 물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정부 전망치(4.0%)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 1∼9월 상승률은 4.5%에 이르렀다. 통계청은 지난달 물가 수준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연간 물가 상승률이 4.5%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 정책을 펼칠 여지도 좁다. 대외경제 여건 악화로 성장 둔화를 걱정하는 상황이라 되레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대증권 박혁수 애널리스트는 “4분기 물가 상승세는 둔화하겠지만 연내 3%대로 내려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