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정비 인상에 혈안인 지방의회 의원들

입력 2011-10-04 17:29

전국 지방의회 10곳 가운데 4곳 꼴로 내년 의정비 인상을 추진해 원성을 사고 있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 의회 가운데 101곳(41.4%)이 의정비를 올리기로 했고, 95곳(38.9%)은 동결하기로 했다.

의정비를 삭감하려는 의회는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2006년 이후 3년간 의정비를 93% 올린 곳도 있다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지방의원들의 겸직이 금지되면서 의정비가 사실상 많은 의원들의 생계수단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도 위기에 몰린 지자체 의회에서 의정비 인상이 말이나 되는가.

전국적으로 초호화청사를 짓거나 무리하게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다가 재정위기에 몰린 지자체가 속출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파산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도 한둘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내년에는 더욱 팍팍한 살림살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지자체와 의회가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런데도 지자체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방의회들의 의정비 인상 움직임은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연봉을 깎거나 동결하려는 미국 의회와 너무 대조적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실업자 증가 등을 고려한 미국 여야 의원들은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세비를 자동으로 올리도록 한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보고 세비 동결 또는 삭감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지방의원들은 서민들과 아픔을 함께하려는 미국 의원들을 본받기 바란다. 아울러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재정상태, 물가상승률, 지방공무원 봉급 인상률 등을 반영해 의정비를 결정토록 한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재정자립도에 연동시키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 주민들은 의정비 인상에만 혈안이 된 의원들을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솎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