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과 학벌 편향의 연고주의 시정돼야

입력 2011-10-04 17:32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검사장 승진자 가운데 고려대 출신이 전 정권의 두 배로 늘어났다는 사실은 보기에 따라 매우 심각한 문제다. 어제 공개된 법무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후 검사장 승진자 51명 중 17.6%인 9명이 이 대통령이 나온 고려대 출신으로 이전 정부의 승진 비율 8.1%에 비해 두배나 올라갔다. 세간에 고려대가 ‘왕립대’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또 대구·경북(TK)에 있는 고교를 졸업한 사람이 검사장 승진자의 4분의 1에 가까운 23.5%로 높아진 반면 광주나 전남에 있는 고교를 졸업한 사람은 13.7%에 그쳤다. 영남 지역 고교를 나왔다고 호남 고교를 나온 사람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없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출신 지역 차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검찰 내에서는 TK이면서 고대 출신이면 성골, TK이거나 고대 출신이면 진골이라는 말도 나돈다고 한다.

입만 떼면 10년 좌파 정권의 인사적폐를 외친 여권이 정권 출범 초기의 ‘고소영, 강부자’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연고주의 인사가 어디 검찰뿐이겠는가. 청와대나 장·차관 인사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 산하 조직에서도 눈만 뜨면 고대고 TK라는 아우성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러고도 국민 화합을 외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출신 지역이나 학교에 기초한 연고주의는 대다수 구성원의 저항감을 불러와 조직의 분열을 촉발하고 나아가 정부 불신의 빌미가 된다. 너희끼리 잘해보라는 소리 없는 외침은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530만이라는 큰 표 차로 경쟁자를 이기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반드시 진학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결정된 사실에 터 잡아 중요한 공직 인사를 하는 악습이 계속되는 한 얼마 남지 않은 이 정부의 앞길도 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