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희옥] 중국 공공외교의 첨병, 공자학원
입력 2011-10-04 17:35
세계는 지금 공공외교 전쟁 중이다. 공공외교는 정부가 다른 국가의 국민을 상대로 하는 외교다. 이런 점에서 정부 간 외교, 민간 외교와는 구별된다.
오늘날 외교는 하드파워만으로 상대를 압도하기 어렵고 다른 나라 국민의 인심을 얻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국가마다 소프트 파워, 스마트 파워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중국이 이 전쟁에 적극 뛰어든 것도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로부터 ‘매력국가’로 존경받지 못했고 ‘중국 위협론’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평화발전’ 등 유독 평화를 강조하고 저개발 국가에 ‘매력공세’를 강화한 것이나 베이징올림픽을 비롯해 상하이엑스포, 중국문화주간, 중국문화의 해 등 다양한 이벤트를 도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더욱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교부 내에 공공외교처를 설치했고 정치협상회의는 ‘계간 공공외교’라는 잡지를 발간하여 공공외교 사례를 소개하고 있으며, 무려 450억 위안(한화 약 8조원)에 달하는 중국 국제이미지 전략계획도 시행 중이다.
세계는 지금 공공외교 전쟁중
이러한 중국의 공공외교는 공자학원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공자학원은 중국판 미국문화원, 괴테하우스, 알리앙스 프랑세즈다. 중국이 공자를 간판으로 내건 것은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 브랜드로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3D 영화 ‘아바타’의 상영을 중지시키고 중국판 블록버스터 ‘공자’를 극장에 걸었고, 10월 1일부터는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공자와 그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의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노벨 평화상에 대항하여 세계 공자평화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공자가 중국 공공외교의 첨병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공자학원은 100여개국에 340개 이상이 설립되었고 이보다 규모가 작은 공자학당까지 합치면 670개를 넘어섰다. 2004년 서울에 처음 설치한 이후 거의 닷새마다 하나꼴로 늘어났다. 이미 중국인을 제외한 1억명이 넘는 세계인이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 셈이다.
청나라 말 개혁가인 강유웨이(康有爲)가 ‘유교를 국교로 삼고 세계에 퍼뜨리기 위해 유교아카데미를 해외에 설립하자’고 한 주장이 100년 만에 실현되었다. 공자학원을 확산하는 데는 중국 지도부가 총동원되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자학원의 개소식에 참석했다.
공자학원은 형식적으로 중국 교육부가 주관하고 있으나 다양한 부처의 수장들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 확산과정도 표준화됐으며,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공유하면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에 부정적인 선진국을 향해 중국이 평화와 공존을 중시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중국 위협론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도 대담한 발상의 전환을
실제로 공자학원의 70% 이상, 공자학당의 90%가 구미 선진국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앞으로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교습하는 어학센터나 문화센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중국의 매력을 다른 나라 국민의 마음속에 뿌리내리게 하는 공공외교의 본래의 목표에 다가갈 것이다.
한국도 공공외교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한류와 한식만으로는 이 파고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외교 포럼이 조직되었고 공공외교 대사가 임명되었으며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아예 공공외교 사업부를 만들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국의 매력과 가치를 다른 나라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소중한 국가 자산이다. 그리고 이것은 더 이상 무형의 자산이 아니라, 우리 기업과 국민이 얻게 되는 유형의 자산이다.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