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문방위] “장물(녹취록)은 있는데 도둑을 못 찾고 있다”

입력 2011-10-04 18:38

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KBS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과 관련, KBS 김인규 사장을 상대로 야당 의원들의 강도 높은 추궁이 이어졌다. 회의 시작 30분 만에 정회되는 등 국감 진행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KBS 업무보고에 앞서 “KBS 현안 중 가장 큰 게 도청 의혹인데 업무보고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료에 그 내용이 포함될 때까지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조 의원의 문제 제기는 참으로 마땅하다. 민주당 당대표실까지 도청되는 것에 우리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KBS 사장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감 시작과 동시에 야당 의원들의 이 같은 발언이 잇따르자 국감은 시작 30분 만에 정회됐다. 10여분 뒤 KBS 사장 구두 보고를 받는 것으로 여야 간사 의견이 모아져 회의는 속개됐지만 야당 의원들의 질의는 KBS 해명을 요구하는 데 집중됐다.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KBS는 억울함을 풀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었다. (녹취록 공개한) 한선교 의원에게 (출처를)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장의 미온적 태도가 의심을 낳고 있다”고 질타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녹취록은 있는데, 즉 장물은 있는데 도둑을 못 찾고 있다”고 비꼰 뒤 “경찰 수사는 사실상 접은 상태나 다름없으니 KBS가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인규 사장은 “사장으로서 도청을 지시한 적도 없고, 보고를 받은 바도 없다”고 답했다. 김 사장은 “조만간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의혹에 둘러싸인 것에 대해서는 공영방송 KBS 책임자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청 의혹 사건은 지난 6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국회 당대표실 회의내용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