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가속도] MB, 내주 미국 국빈 방문… FTA 향방이 모양새 좌우

입력 2011-10-04 22:21

이명박 대통령의 다음 주 미국 국빈방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경과에 좌우되는 모양새다. 양국은 군사동맹이 경제동맹으로 확대됐음을 선언하기 위해 이 대통령 방미를 추진해 왔다. 미국 측이 ‘국빈방문’ 형식을 고집했다고 한다.

최선은 국빈방문 전에 양국 의회 모두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한·미 관계에 새 지평이 열렸다’고 선언해야 하는데, 한쪽이라도 비준이 안 되면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빈방문을 일주일이라도 늦추려 했으나 미국 측 일정상 불가능했다고 한다.

양국 정부는 국빈방문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오는 13일 전에 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이 대통령에게 ‘13일 전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한국 국회는 미 의회 처리 뒤에 상정한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선 이 대통령이 미국만 FTA를 비준한 상태에서 방미 일정을 소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미국 측 FTA 비준이 임박함에 따라 이 대통령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최종 관문인 상원 본회의까지 완료되지 않더라도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이 대통령을 의회에 초청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FTA 비준 경과와 국내 국회 상황에 따라 연설 수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의 미 상·하원 연설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국빈방문 이후 13년 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3년 실무방문 때와 이 대통령의 2008년 방미 시 추진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