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가속도] 백악관·공화당 대타협… 미국은 ‘통과’ 절차만 남았다
입력 2011-10-04 18:19
백악관이 3일(현지시간) 한·미 FTA 이행법안을 제출함으로써 FTA 비준은 이제 상·하원 통과라는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만을 남겨놓게 됐다. 양국이 2007년 6월 30일 공식서명한 뒤 무려 4년3개월이 지났고, 양국 행정부도 모두 바뀐 시점이다.
백악관과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지난달 22일 상원이 무역조정지원(TAA) 제도 연장안을 가결한 뒤 지난 일주일 동안 한·미 FTA 처리 방안을 집중 논의해 왔다. 공화당은 3개국과의 FTA 이행법안 동시 제출을, 백악관은 TAA 제도연장안의 하원 동시 통과 보장을 요구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미 의회 일정과 절차를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양국 정상회담(13일) 전에 통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FTA 처리를 원만하게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미국 내 경제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민들의 가장 불만인 실업률은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행법안을 제출하면서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한·미 FTA가 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며 “의회가 FTA를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중국, 일본에 뒤져 있는 한국 내 미국 상품 점유율을 더욱 하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실업난 해소 등을 위해 한국과의 FTA 처리가 아주 중요한 현안이다.
미국 상공회의소 등 재계는 그동안 정치권에 한·미 FTA를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게다가 최근 부채 협상 등 각종 현안 처리 과정에서 백악관과 정치권의 협상력과 리더십 부재에 대한 여론 비판도 FTA 합의를 압박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
특히 백악관과 정치권은 아시아에서 안보는 물론 경제 부문까지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경제 동맹’이라 할 수 있는 한·미 FTA를 전략적으로 시행해야 할 때가 됐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백악관과 행정부는 이행법안을 제출하자마자 의회의 조속 통과에 총력전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과 의회 서한과는 별도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경제적 경쟁자들은 전 세계에서 무역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우리는 뒤처질 수 없다”면서 “이제 한국 등과의 FTA를 작동시킬 때”라고 강조했다.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과의 전화회견에서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 발효 시 매년 130억 달러 이상의 수출 추가 증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너 하원의장이나 하원 원내대표인 에릭 켄터 의원 등 공화당 지도부도 곧바로 “다음 주 중 하원 처리” 입장을 나타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백악관이 마지막까지 강력히 연계해 촉구했던 TAA 연장안도 함께 처리해 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을 알려졌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